포트폴리오 대전환…롯데지주, 투자형 지주로 변모
조직체질 개선…신동빈, 외부 인재 영입 전담팀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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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간 순혈주의 인사로 주목받아왔지만 외부 인재들로 물갈이하면서 조직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주력 포트폴리오에도 큰 변화가 엿보이는 가운데 롯데지주가 '투자형 지주회사'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모펀드(PEF)와 스타트업 등 투자업계와의 밀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투자업계에선 롯데에 대한 언급이 잦다. 조직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말이 많다. 그간 순혈주의와 보수주의 색채가 강한 기업으로 알려졌던 롯데그룹은 계열사 대표 대부분 공채 출신 '정통 롯데맨'들로 기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지속된 실적 부진에 외부 인재 영입이란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엔 신동빈 회장이 직접 지시한 외부 인재 영입 전담팀을 지주에 별도로 신설했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전통적으로 내부 인사로만 조직을 구성해왔지만 올해는 외부 출신 임원들로 물갈이됐다. 소위 말하는 '성골' 중심의 조직 분위기는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2022년 정기 인사에서 외부 인사가 대거 영입돼 눈길을 끌었다.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유통과 호텔 사업군의 총괄대표로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 등 다양한 외부 출신 인사도 롯데 계열사의 대표 자리에 올랐다.
가장 보수적이라 불리우는 백화점 부문에서도 외부 인사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졌다. 신세계 출신 정준호 롯데 GFR 대표가 백화점사업부 대표로 선임, 이외에도 현대백화점·신세계인터내셔날·홈플러스·발렌시아가코리아·루이비통코리아 출신들이 신규 영입됐다.
조직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그룹 차원 포트폴리오 전략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그룹의 장기 포트폴리오는 '헬스 앤 웰니스(Health&Wellness)' '모빌리티'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크게 네 가지 테마로 요약되고 있다.
특히 바이오와 헬스케어 영역이 해당될 헬스 앤 웰니스에 관심이 모인다. 롯데는 그룹 미래 성장동력을 바이오로 점찍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혁신실 산하에 바이오팀(신성장2팀)과 헬스케어팀(신성장3팀)을 신설해 관련 작업을 준비해왔다
최근엔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업종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 상표 등록을 마쳤다. 롯데는 바이오 의약품 CMO나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 진출을 검토 중으로, 미국 내 기존 업체 인수도 함께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바이오벤처기업 엔지캠생명과학과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을 논의해왔지만 무산, 결국 자체 추진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신동빈 회장은 엔지캠에 투자조건으로 백신 CMO 수주를 요구했지만 여의치 않아지면서 투자를 보류, 주도적으로 사업에 뛰어드는 쪽으로 전략이 기울었다는 후문이다.
롯데는 장기적으론 바이오 영역에서 신약 등 연구개발(R&D)에도 나설 계획으로 전해진다. 앞서 영입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의 이원직 상무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혁신실 신성장2팀(바이오)과 3팀(헬스케어)을 이끌며 바이오사업 진출 계획을 주도 중이다.
유통과 함께 또다른 큰 사업 축이었던 롯데케미칼 중심으로는 서스테이너빌리티 영역을, 롯데렌탈과 롯데정보통신을 중심으로는 모빌리티 영역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차량공유 업체 쏘카(1832억원)·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포티투닷(250억원) 등에 투자가 이뤄졌다. 뉴라이프 플랫폼 영역엔 부동산플랫폼 직방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현재 직방 투자를 사실상 확정짓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주력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가 엿보이는 가운데 롯데지주가 '투자형 지주회사'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롯데지주 차원에서 사모펀드(PEF)와 스타트업 등 투자업계와의 밀월이 올해 더욱 늘 수 있다는 점도 관전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