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보다 일정 지연…원자재 상승 및 경기 침체 변수
35兆 기업가치 수성 부담…보통주 방식·LG엔솔 부진도 고민
돈 궁한 SK-기회 아까운 투자자…결국 접점 찾을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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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상장전투자유치(프리 IPO)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큰손들의 투자 경쟁이 치열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이어지며 열기가 처음보다는 다소 식은 모습이다. 배터리 사업 육성 자금이 필요한 SK그룹과 전보다는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눈치싸움이 막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달 하순께 SK온 프리 IPO 잠재 투자자로부터 최종 제안을 받을 계획이다. 예비입찰은 지난 2월 진행됐고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그룹과 KKR, 블랙록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본입찰 적격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SK온 프리 IPO는 당초 계획보다 시간이 끌리는 분위기다. 올해 초만 해도 4월까진 거래 상대방을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최종 제안도 받지 못했다. 거래의 핵심인 외국계 투자자보다 국내 투자자 컨소시엄이 먼저 부상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반기 중 SK온 프리 IPO 계약을 맺겠다고 밝혔다.
SK온 프리 IPO가 더뎌진 이유는 계속 이어진 외생 변수 때문이다. 2월말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전세계 원자재 값이 폭등했다. 배터리 원가 비중이 높은 양극재 메탈은 자동차 회사와 판가 연동 계약이 맺어져 있어서 큰 부담이 없다. 그러나 동박이나 알루미늄, 구리 전해액 등 가격 비연동 소재들의 가격도 전방위적으로 오르며 원가 부담이 커졌다.
작년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이슈도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늘고 있는 배터리 생산 능력대비 최종 수요처인 차량의 생산이 원활하지 않아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선 1분기 영업손실을 1000억원 중반대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2734억원의 손실을 냈다. 회사는 4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는데, 그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전세계적인 경기 하강 가능성, 금리 상승 등 불안 요소도 많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줄어들면 자동차, 나아가 배터리 수요도 차례로 영향을 받게 된다. 재무적투자자(FI)들은 레버리지 전략을 활용해야 하는데 급격한 시장금리 상승 부담이 크다. 비싸게 돈을 빌리고 나면 지분투자(Equity) 수익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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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아지자 투자자들도 보수적인 시각을 들이대고 있다. 가까운 미래의 실적도 예측하기 어렵고, 실제 결과조차 그에 못 미치니 불안감이 커질 상황이다. SK그룹이 바라는 SK온의 가치는 35조원 수준인데, 투자자들은 그보다 낮은 금액에 투자하길 바랄 수밖에 없다. 양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협상은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SK그룹의 투자 유치 조건이 박했던 것도 부담 요소로 거론된다. 그룹은 SK온 프리 IPO에서 보통주 방식 투자를 바랐는데, 투자자들은 최소한의 회수 보장책이 있는 우선주 방식을 선호했다. 여기에 SK온 상장은 2025년 이후에나 한다고 하니 3년 이상 특별한 안전장치 없이 회수 걱정을 해야 한다.
잠재 투자자 입장에선 유일한 비교군인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점도 신경이 쓰인다. 현재로선 성장 전망, 이익 전환 시기 등 어느 것도 단언하기 어렵다. 일부 투자사는 회사 측에 향후 사업 전망을 물었다가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회사 분석에서 거의 손을 놓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SK온 프리 IPO는 성장 투자의 선봉장 격이었지만 최근 각종 변수에 노출되며 이익 실현 전망도 불투명해졌다”며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선 전처럼 성장성만으론 본사 심의를 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SK그룹과 투자자가 결국에는 접점을 찾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여러 어려움이 생기긴 했지만 한 쪽은 돈이 필요하고, 다른 쪽은 투자 기회를 원한다는 점은 그대로다. 조건만 조금씩만 양보하면 거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것이다.
SK온 모회사는 유상증자로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자체적으로 대규모 설비 투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SK온이 이제 와서 투자 유치 카드를 접을 수는 없다. 최재원 부회장 복귀 후 첫 대형 거래라는 상징성도 있다. 협상 결과가 처음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아예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낫다. 그룹이나 경영진이 설정한 목표치만 고집하다가는 성장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글로벌 투자자도 이대로 발을 돌리기엔 아쉽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졌어도 ‘마지막 남은 글로벌 배터리 기업 투자 기회’란 점은 유효하다.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중국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투자할 만한 곳은 한국이나 일본 정도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해외 투자자가 한국에 투자하기 유리해진 면도 있다.
SK온은 글로벌 배터리사 중에서도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다. 앞으로도 추가 투자 기회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당연히 프리 IPO 참여자에 우선권이 갈 수밖에 없다. 후속 투자 때는 매출 상승과 규모의 경제 달성, 이익 증가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원재료 상승 및 초기 가동 관련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SK온의 상반기 배터리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봤다. 다만 향후 메탈 가격 안정과 신규 공장 수율 정상화로 하반기 배터리 수익성이 개선될 경우 우려가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