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만 의존 위험…포트폴리오 확장에 집중
엔터사 M&A·투자·JV 설립 등이 '수익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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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기대감에도 엔터주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엔데믹 수혜주' 기대감은 이미 선반영됐다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주가부양, 나아가 성장성 확보를 위해서는 사업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자회사 설립 등 엔터사들도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과연 해당 사업들이 지속가능한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최근 뉴욕 증시, 비트코인, 국제 유가가 동시에 급락하는 등 글로벌 변동성이 커졌다. 국내 엔터주들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10일 현재 하이브(HYBE)를 비롯한 국내 주요 엔터사들 모두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올해 하반기 코로나 재확산 전망이 나오면서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꺾인 면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9일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부에서 올해 가을과 겨울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로 신규 확진자가 1억여명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엔터사들은 하반기부터 본격 투어(대면 콘서트) 등 해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하이브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는데, 이는 증권사 등 시장에서 '너무 높게' 컨센서스를 잡아둔 면도 있다는 평이다. 곧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의 실적 발표도 이어진다. 통상 1분기는 엔터사의 비수기라 실적이 큰 의미는 없다. 다만 하이브의 1분기 실적이 나오고 증권사들의 리포트가 '톤 다운'됐는데, 지난해만 해도 장밋빛 전망을 담은 시각이 많았다.
하이브의 경우 가장 큰 수입원인 BTS(방탄소년단)의 군입대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크다. 해당 이슈가 결국 윤석열 정부로 바통터치된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관련 법안 통과에)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는 상태라 예측이 어려워졌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하이브 측도 더 이상 군입대 이슈에 집착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금의 하이브를 만든것이 BTS라면 '넥스트'를 보여야하는 시기가 다가온 셈이다.
하이브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미 BTS 멤버들이 '입대하는' 시나리오를 대비한 예상 플랜을 준비해 둔 상태다. 내부 일각에선 불확실성 리스크를 계속 끌고 가느니 '빠르게 끝내는게' 여론 등을 고려해도 낫지 않냐는 의견도 나오는 분위기다. 공백기를 줄이기 위한 동반입대도 고려되긴 했지만 현재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일부 곡 유출로 BTS 멤버 정국이 미국 솔로 활동을 준비 중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하이브는 BTS의 데뷔 이후 '단체활동' 철칙을 지켜온 바 있다. 멤버별 곡이 있긴 하지만 타 아이돌처럼 유닛이나 솔로 활동을 한 적은 없다.
SM엔터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 변수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주주총회는 헤지펀드의 승리로 끝났고, 실적보다 지배구조 이슈가 시장의 기대감엔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M엔터는 올초 창사 이래 첫 배당에 이어 9일 주가부양 및 주주이익 제고를 위해 100억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도 나섰는데,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는 "이런 회사가 아닌데"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과 인수 협상은 지속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엔터는 최근 내부적으로 SM엔터를 제외한 다른 콘텐츠 제작사 인수 검토를 당분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진다. 최근 카카오가 ‘비용 관리’에 들어간 가운데 공격적인 M&A(인수합병) 속도를 조절하는 차원으로 보이는데, SM엔터 인수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카카오엔터의 핵심 자회사인 스타쉽엔터의 소속 아이돌들이 SM엔터의 온라인 유료 콘서트플랫폼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에서 공연을 이어가는 것이 긍정적 신호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하이브가 플레디스 인수에 앞서 플레디스 소속 아이돌인 세븐틴을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에 입점시킨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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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배경에서 성장성 확보를 위한 엔터사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엔데믹이 본격화되면 대면 콘서트로 수익을 낼 수는 있지만, '돈이 되는' 팬덤 시장 자체의 급격한 확대는 어렵다. 코로나 시국에서 진행된 비대면 콘서트가 오히려 수익성 측면에서는 높은 효율을 보이기도 했다.
대형사가 신인을 내놓는다고 무조건 성공한다는 공식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SM엔터의 가장 최근 남자 아이돌인 NCT도 최근엔 인기가 높아졌지만 초반 약 4년간 기대보단 부진한 성적을 보이면서 당시 투자 업계에서는 "HOT, 신화, 동방신기, 엑소까지 연이어 성공시킨 이수만의 첫 실패" 평까지 나오기도 했다. 동방신기, 엑소 등 'SM 남돌'은 데뷔와 동시에 화제가 된 역사(?)가 있다.
하이브는 2일 자회사 쏘스뮤직을 통해 첫 여자 아이돌 '르세라핌'을 선보였는데, 데뷔 1주만에 데뷔 앨범 판매 30만장을 넘겼다. 다만 데뷔 직전에 멤버가 학폭 의혹에 휩싸이고 미성년자가 있는 그룹에서 성적 대상화가 나타난다는 비난이 나오는 등 '대형사 답지 않은' 허술함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격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엔터사들은 사업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내외 조건이 빠르게 변하면서 아티스트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브가 상장할 당시 외국계 증권사 및 금융투자사의 임원들은 BTS를 몰라 투자 및 딜 유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대기업들도 엔터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10일 CJ그룹은 팬덤 비즈니스 스타트업 '비마이프렌즈'에 224억원을 투자하고, 팬덤 비즈니스 공동 추진을 위한 전략적 사업협력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최근 게임 메타버스 부문 '하이브IM'을 분사해 별도 자회사를 신설했다. 넥슨 출신 정우영 디렉터(대표)를 포함해 게임회사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했는데, 박지원 대표가 넥슨 출신인 점을 고려하면 하이브가 게임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분석이다.
SM엔터는 연초 LG전자와 5:5 투자로 홈트레이닝 콘텐츠 JV(합작사) '피트니스캔디'를 설립했다. 홈트족을 겨냥한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인데, 아이돌 안무나 노래 등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 상황을 봐서 사업을 키워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엔터사의 사업 확장이 새로운,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원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엔터사의 사업 다각화가 최근만의 일은 아니다. 과거 YG엔터도 식음료, 레저 스포츠 등 관련 부문 사업 확장 및 투자를 하다가 정리한 바 있다.
SM엔터는 최근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 'SM컬처파트너스' 설립을 추진하고 전문 투자인력들을 채용 중이다. YG인베스트먼트와 같이 직접 투자에 나서겠단 것인데, SM엔터의 과거 투자들이 적자 지속 및 낮은 사업 연관성으로 지적을 받아온 만큼 '전문 투자사'를 갖추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엔터사들이 단순 아티스트의 매출만에 의존하던 과거 수익구조를 탈피하고, 웹 3.0, 메타버스 등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내놔야 하는 격변기"라며 "게임, 투자사 등 확장이 처음있는 일이 아닌데 과연 장기적인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