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5년간 출자회사만 300곳 이상 증가…'전기료 인상'보다 자구안이 먼저
입력 2022.05.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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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역대 최대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예상되는 올해 1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지난해 전체 손실과 유사한 5조7000억원이다. 현재 상태가 유지한다면 올해만 총 17조원에서 최대 30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전은 공격적인 채권 발행을 통해 연명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반영된 초우량 신용등급을 무기로 4%에 가까운 이자를 지급하며 채권시장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다. 자본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결코 작지 않다. 수 십조원의 영업적자가 재무제표에 반영되면 채권 발행 여력은 줄어들게 되는데 빚을 더 내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할 수도 있다.

      영업적자를 탈피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전기료 인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과는 배치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를 감수하고도 산업부장관은 ‘전기료 인상’을 시사했다. 이는 한국전력이 영업적자를 탈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많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기료 인상, 즉 원가에 연동한 전기료 부과 방침은 결국 소비자들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현실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을 통한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면 한전의 자구안이 마련돼야 한다. 과거 삼성동 한전 부지를 매각한 전례처럼 각지에 흩어진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시장성 자산을 제 3자에게 매각하는 등 각고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한전의 출자회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17년 186곳이었던 한전 출자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419곳까지 증가했다. 재출자회사를 포함한 출자회사는 2017년 기준 387곳에서 지난해 744곳으로 늘어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알리오)에 경영공시를 한 147곳의 공공기업 가운데 한전은 가장 많은 출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한전 자회사(한국남부·남동·동서·서부·중부발전)의 출자회사 수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서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물론 타기업 출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상당수는 부실화했거나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다. 한전의 출자는 선박·자동차·플라스틱·금형 등 제조기업을 비롯한 중소·중견기업의 주식에 집중돼 있는데 주식소각·폐업·회생폐지·증권의 감액손실·손상처리·파산 등으로 한전이 손실을 떠안은 사례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현재도 파산 신청, 폐업 등으로 투자회사의 재무제표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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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전이 보유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면, 이 가운데 영업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한 기업들의 주식을 현금화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 5년의 출자에선 국내외 태양광 또는 풍력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기업과 사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에너지 공기업으로서 정부 정책에 맞춘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확대는 이해할만 하지만 원전사업 중단에 따른 반대급부 성격의 투자였다는 점에서 영속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원전 사업 재개를 주문한 상황에서 수익성이 저조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재검토에 돌입할 여지도 남아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는 전 정부의 치적으로 꼽힌다. 다만 향후 수 조원의 자금 부담은 고스란히 한전의 몫이다. 한전공대의 실효성에 대해 여전히 논란인 가운데 한전이 해당 사업을 지속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에 대해 투자를 중단하거나 축소하라는 주문은 쉽지 않다”면서도 “수익성이 없는 출자사업에 대한 민영화 방안을 검토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 등을 매각하는 등의 자구안을 마련한 후에 (전기료 인상 등) 정부 정책의 변화를 기대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대급 영업손실을 눈앞에 두고도 한전 경영진은 올해 성과급 잔치를 벌이며 뭇매를 맞았다. 에너지 수급난이 불거졌던 지난 2013년에는 한전을 비롯한 발전 공기업 부장급 이상 실무진과 경영진은 임금인상분과 성과급을 전액 반납했다. 부채의 증가, 전력 수급 불안에 따른 국민적 불안을 초래한데 따른 자기반성을 의미했다. 반면 초유의 상황을 맞은 현재 어느 누구도 자기반성의 모습이 없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

      한전의 막대한 손실에 대한 화살을 경영진에 돌리기만은 어렵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원전가동의 감소, 석유·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며 불가피했던 측면도 고려해야한다. 그러나 한전의 위기가 자본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을 넘어 국민적 관심사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료 현실화’보다 강도 높은 자구안 먼저 제시돼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