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라이프 2년여걸쳐 통합작업
빠듯한 일정에 통합 과정에 대한 우려 제기
CEO들 임기 맞물려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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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통합 작업이 통합추진단 킥오프 미팅을 시작으로 실무작업에 들어갔다. 합병 목표일(D-day)은 내년 1월1일로, 남은 기간 동안 마무리해야 하는데 '너무 무리한 일정'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비교 경쟁군인 신한라이프(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가 잡았던 일정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무리해서 진행하려는 속내는 정작 다른데 있는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된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재무통합 작업 우선협상자로 딜로이트안진이 선정되었고 본격적인 통합작업에 들어갔다. 이와 더불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두 회사 통합 시너지 작업을 담당한다.
통합추진단은 딜로이트안진, BCG와 함께 올해 연말까지 통합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부채까지 신경써야 하는 보험사 합병의 경우, 타업권에 비해 합병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복잡하다.
보헙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보험사의 경우 보험계약(부채)을 통합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6개월에 해당 작업을 마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 작업에도 TF 출범 후,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음에도 아직까지도 완전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로 전해진다. 이에 비추어 봤을 때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 일정은 너무 빠듯하다는 분석이다.
통합 관련 자문사 선정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IFRS17과 관련하여 EY한영이 양사의 회계 구축 작업을 진행하면서, 양사 통합 관련 컨설팅도 EY한영이 맡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딜로이트안진으로 선정되었다. 딜로이트안진과 BCG는 신한-오렌지 통합을 담당했던터라 이런 트랙레코드 등이 영향이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그룹 차원에서 경영진이 딜로이트안진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딜로이트안진과 BCG가 신한-오렌지 통합작업 경험이 있다고는 하나, 주어진 시간이 이번 통합 작업보다 길었다. 나아가 IFRS17 시스템 구축을 하고 있는 EY한영과도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러모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셈이다.
일례로 보험사들이 수년씩 내년에 도입되는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에 맞추어 컨설팅을 받고도 완벽한 시스템 구축에는 애를 먹고 있다. 올해 하반기까지 시뮬레이션이 이어지고, 이때까지 차질없이 IFRS17 재무제표 완성이 가능할지 보험사들은 조마조마한다.
보험사 개별적으로도 이런 상황인데 서로 다른 보험사의 시스템을 통합하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다. 더불어서 당장 양사의 인력을 어떻게 배분할지도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통합 법인의 사옥을 어디로 할지 등의 문제도 예민한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이 서둘러 진행되는 이유는 경영진의 ‘조급함’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환주 KB생명 사장은 올해가 임기 첫해다. 2020년 8월 선임된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사장은 통합법인 출범을 위해 임기가 올해 8월에서 12월까지 늘었다. 두 명 중 한명이 현재로선 통합 법인의 사장으로 유력하다.
내년 초 통합법인이 출범한다면 이 사장이 임기가 최소 1년 이상 남았다는 점에서 안정적으로 통합법인을 이끌 수 있다. 임 사장이 임명된다면 새롭게 임기를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CEO 선임 등을 생각해봤을때는 내년 초 통합법인 출범이 가장 적기로 평가된다"며 "윤종규 회장 세번째 임기의 핵심 치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두 법인 통합은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확정된 지난해부터 2년을 목표로 하고 꾸준히 추진해온 사안"이라며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