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늘어 재무 악화 '후폭풍'…네이버·카카오 성장 둔화세
플랫폼 기업 불어난 적자 원인?…쿠팡·직방·컬리 인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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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치열했던 개발자 연봉 경쟁의 후폭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기업들은 업종을 불문하고 개발자 처우 수준을 너도나도 주력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투자유치를 노리는 비상장 벤처기업들은 투자자에게 '잘 나가는' 테크 기업 이미지를 각인시키고자 했고, 상장 대기업들은 경쟁사로의 인재 유출을 막을 전략으로 사용했다. "업계 최고 연봉"을 내건 채용 공고는 기업의 자존심이 됐지만 재무 상태에 영향을 끼치면서 눈덩이 적자를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기업들은 앞다퉈 개발자 직군 연봉을 인상하고 이를 알리기 바빴다. 전통 유통기업까지 개발자 채용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개발자 유치가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비상장 벤처기업들은 개발자의 처우 수준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투자유치에 나섰다. 투자자에게 소위 '전도유망한' 테크 기업의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당근마켓, 리디 등 다수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유니콘이 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테크 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비상장 벤처 기업들은 유명 테크 기업 출신 인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 및 홍보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우아한형제들 베트남법인 CTO를 지낸 조연을 선임했다. 마켓컬리의 운영사 컬리는 류형규 전 카카오 기술이사에게 기술 개발 총괄을 맡겼고 콘텐츠 플랫폼 기업 리디는 조성진 전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CTO로 영입했다. 대기업에서 영입한 만큼 적지 않은 지분과 급여를 지급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기업들은 스톡옵션 지급·처우 개선을 통해 인력을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IT업계의 경우 소속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편으로 근속연수가 짧다. 3월 기준 네이버의 평균 근속 연수는 5.7년인데 이마저 동종 업계의 기업들보다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작년 사업보고서 기준 카카오의 평균 근속 연수는 3.5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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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높은 연봉 수준은 기업의 자존심이 됐다. 다만 재무적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급격히 불어난 적자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대표적으로 인건비에 발목이 잡힌 곳으로 꼽힌다. 올 1분기 인건비는 각각 3812억원, 4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43%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시장전망치를 하회했다. 네이버 측은 인건비와 마케팅비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사업의 성과를 개발자 역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다.
쿠팡도 인건비로 골머리를 앓을 기업 중 하나다. 사업 구조상 인건비가 사실상 운송비에 가까워 매출이 늘어날수록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쿠팡의 인건비는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인데 지난해에는 4조7230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대폭(42%) 늘었다. 쿠팡은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적자(1조8450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올 1분기엔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개발자 역량이 중요한 명품 거래 스타트업도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들 간 인재 확보 전쟁은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 발란은 지난 2월 100명 이상의 공개 채용에 나섰고 머스트잇은 스톡옵션 2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경력 개발자를 모집했다. 마케팅 경쟁으로 이들의 광고비 지출도 대폭 늘고 있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계획된 투자라는 설명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시장의 유동성이 말라가고 있는 만큼 '성공적으로 흑자 전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최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수익을 낼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가 관건이 되고 있어서다. 시장점유율을 높이더라도 유료화 모델을 통한 흑자 전환에 실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 중개플랫폼 직방은 인력 충원으로 지난해 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작년 말 전직군 100명 이상의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다. 최근 컬리도 세 자릿수대의 테크 인력 채용에 나섰다. 적자 비판에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