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일 比 공매도 3배 이상 급증
대외변수, 실적부진 영향 있지만
지배구조 개편 불확실성 지속하는 영향도
글로비스·오토에버 상승세와는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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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현대모비스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주가는 52주 신저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엔 공매도가 급증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전동화 사업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지만 대외 변수로 인한 수익성의 악화, 지배구조 개편이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전 요인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8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04억원) 대비 21% 감소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예상치(컨센서스)보다 20% 이상 밑도는 수치이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의 물량 감소, 원부자재의 가격 상승, 운송비 상승 등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최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40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19만원 후반~20만원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2019년 말까지만 해도 50%에 육박하던 외국인투자자들의 지분율은 현재 34% 수준까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주가수익배율(PER)도 약 8배 수준으로 동일업종(약 13배)에 비해 크게 못미친다.
지난 13일엔 공매도 거래량이 14만주, 거래대금 총 28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현대모비스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0억~70억원 수준이었는데 이같이 급증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의 최근 주가 하락은 대외적인 변수가 상당히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획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할만한 이벤트 요소가 없다는 점이 기관 투자자들의 주목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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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는 올해 2월 새로운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지만 주가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회사의 기존 배당정책은 ‘잉여현금흐름(FCF)에서 20~40% 수준’이었으나 올해부턴 배당성향 20~30% 수준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2018년부터 현대모비스는 배당금 규모를 일정하게 유지해 왔는데 FCF가 감소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FCF 대비 배당비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했다. 배당정책의 변화도 추후 설비투자(CAPEX) 증가로 인한 FCF 감소를 예상, 당기순이익 기준의 배당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중간배당을 꾸준히 유지하겠단 목표를 세우면서 친(親)주주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환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대모비스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란 평가다. 회사가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지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있는 이상 지분 정리 작업은 불가피하다.
과거 진행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나타났듯 정의선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은 사실상 현대모비스를 장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오너일가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반대로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가 지난해에 비해 절반가량(시가총액 약 19조원) 줄어든 상황은 오너입장에선 호재다. 특히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정의선 회장이 대주주인 회사들의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눌려있는 시점은 최적의 타이밍이 될 수 있다. 사실 현대모비스의 실적 부진에 기인한 물류대란과 해운 운임의 상승은 현대글로비스의 호실적과 최근의 가파른 주가상승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
최근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그룹 지배구조의 개편 시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현재의 상황에서 현대모비스를 활용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제시됐을 경우 현대모비스 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