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59%·두나무 -39%·컬리 -30%
IPO 목전에 둔 후기기업들…증시 연동
비상장 벤처 본격 조정구간 진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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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몇 년간 대규모 투자유치를 성황리에 척척 성사시켜온 데카콘들의 위상이 이전같지 않다. 기업가치를 착실히 키워오면서 수십조원 도달까지 이르렀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추락 속도가 점차 가팔라지더니 현재는 작년 말보다 절반이 깎여나갔다. 기업공개(IPO)를 목전에 둔 후기 기업들인 만큼 최근 타격을 입은 증시와 긴밀히 연동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데카콘뿐 아니라 비상장 벤처기업들이 본격적인 조정장에 진입한 징후들도 포착되기 시작했다.
부침세가 유독 눈에 띄는 곳들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컬리(마켓컬리)·두나무·쏘카·케이뱅크·오아시스 등이다. 이들은 작년 말과 비교해 장외 기업가치가 낮게는 -21%, 높게는 -59%까지 떨어졌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현재 장외시장에서 주당 7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작년 말 주가가 17만원까지 치솟았을 시기와 비교하면 반 년 만에 60% 가까이 폭락한 셈이다. 기업가치는 27조8540억원에서 11조5000원까지 떨어졌다. 컬리 또한 이 기간 장외 기업가치가 4조 중반에서 3조원까지 떨어졌다. 작년 12월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 규모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를 4조원까지 끌어올렸지만 장외 시총은 이보다도 1조원 못 미치게 된 셈이다.
작년 한해 벤처캐피탈(VC)들에게 설립 이후 최고 수익을 안겨준 두나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두나무는 단기간 몸값 수직상승을 거듭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에게 '효자'로 인식돼왔다. 작년 말 장외 시총이 20조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11조원까지 하락, 거래가격도 주당 54만원에서 33만원까지 떨어졌다. 안정적 실적을 고려하면 20조원 몸값도 저평가됐다는 시각이 이제는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구주 일부를 매물로 출회해 쏠쏠히 수익을 올려온 VC 주주들은 최근 두나무 주식 체결이 이전같지 않다고 말한다. 한 VC 주주는 "이전부터 주당 38만원 선에 두나무 구주를 내놓은 상황이지만 올해는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체결이 어려운 가격이 됐다. 회수 조절이 아닌 회수 방법이 고민이 된 상황"이라 전했다. 이외에 투자조합 만기를 앞둔 다른 VC 주주들도 작년과 달라진 여건에 조급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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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론된 곳들은 모두 펀딩 단계는 대체로 마친 후 IPO 등 투자회수 단계만을 남겨둔 후기 기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상장을 목전에 둔 곳들인 만큼 증시 연동 폭도 컸다는 설명이다. 미국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으로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장기 침체를 예상하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장외시장도 여파를 피하기 어려워지면서 굵직한 유니콘·데카콘 기업에도 본격적인 부침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세간의 우려를 반영하듯 상장 작업에서 철수하거나 예정된 일정을 미루는 곳들도 나오고 있다. 장외 평가 시가총액이 시장에서 거론되는 몸값보다 낮아지면서 상장 기대가치가 자연스레 하향하는 탓이다. 그간 증시 활황과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사례가 잇따랐지만 과열이 진정되면서 이전 같은 신기록은 당분간 나올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 됐다.
대형 회계자문 관계자는 "작년엔 현금 창출이 안 돼도 인정해준 사례가 있었지만 유동성 바람을 빼는 흐름에 접어들며 성장테마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상장시장뿐 아니라 비상장시장까지도 이런 영향이 전달되면서 이전 만큼의 활발한 거래는 잘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비상장 시장의 후기 단계 투자 정체도 본격화하고 있다. 다수의 벤처기업들이 상반기 내 펀딩을 목표했지만 투자유치 성사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다. 대체로 유니콘 등극을 위한 단 한 번 만의 시리즈 투자를 앞둔 곳들이 해당된다.
상반기를 목표로 투자자 모집에 나섰던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가 대표적이다. 메쉬코리아는 '유니콘 등극'을 이번 시리즈의 목표로 뒀지만 협상을 이어온 유력 투자자들이 본 부릉의 몸값은 7000억원대 수준에 그쳤다. 기업가치 시각차가 벌어지면서 펀딩 작업에 난항, 투자업계에선 사실상 유니콘 성사 실패 분위기로 가닥잡기 시작했다.
내년 IPO를 목표로 1조원 규모 프리IPO에 나선 토스도 계획한 상반기 클로징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승건 대표가 직접 해외 IR을 다니며 글로벌 운용사 초대에 공을 들였지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타격을 입을까 노심초사다. 최대 25조원까지도 거론됐던 몸값이 현재 장외에서 11조원대까지 떨어진 만큼 투자자 설득에 나설 적기는 못 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작년 경쟁하듯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패션테크 기업들도 혹한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VC업계에 따르면 현재 무신사와 에이블리가 각각 4조원과 1조3000억원 수준으로 펀딩에 나서 있다. VC 대체로 패션테크에 있어선 투자 중복을 꺼리지 않는 분위기가 있지만 작년 수준의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긴 어려울 수 있다.
토종 PEF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이에 관련해 "플랫폼 신성장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타격 여파는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은 다들 '어떻게 저 가격이 나올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방향은 알겠으니 밀고나간 면이 있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쉬어가는 시점이 되면서 이전의 성공방식은 대입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의 관심사는 이제 '폭락을 맞을 다음 타자가 누구냐'에 그치지 않고 '과연 조정기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거의 모든 기업이 '가치폭락' 장세의 여파에서 비껴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어서다.
대형 VC 임원은 "투자와 회수 모두 가동해야만 하는 우리같은 '업자'들은 지금 같은 상황을 어떻게 지나가야 할지가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옥석은 가려야 하는데 유니콘·데카콘 기업으로 타깃할 만한 후보들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성장성을 자랑하는 기업들이 이미 쏟아지듯 배출된 상황에서 시장에 인지될 만큼의 존재감 있는 기업을 찾기는 더 어려워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