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현금인출 13조' 흔들리는 스테이블코인…"테더 무너지면 코인판 박살"
"업권법 있어도 못 막았을 것" 제정 논의도 규제 일변도로 될까 우려 中
내부자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에 크립토 발행사도 컴플라이언스 체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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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코스피 시총 순위 5위인 네이버(약 45조)가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는 일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이라지만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폭락 전까지만 해도 전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 10위권 안에 들며 전도유망한 코인으로 꼽히던 ‘루나’ 이야기다. 한때는 15만원을 넘기도 했던 루나는 일주일 만에 99.99% 폭락하며 지금은 1원도 안 된다.
‘잡코인’도 아니고 시총 10위권에 들었던 코인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폭락하게 된 걸까. 그렇다면 다른 코인들은 안전한 걸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부활시킨 금융증권범죄합수단(합수단)이 폰지사기 혐의를 들여다본다는데, 처벌이 가능할까. 제2의 루나사태를 막기 위한 크립토 업계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일명 ‘루나 사태’가 남긴 일련의 과제들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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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만의 문제일까?” 세계 최대 스테이블 코인 ‘테더’도 위청
취약한 알고리즘으로 루나 사태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면 루나만의 문제고, 다른 스테이블 코인은 안전한 걸까? 답은 ‘그렇지 않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루나와 테라가 폭락을 시작한 이달 초부터 테더의 시총은 100억달러(약 12조6000억원)나 줄었다. 이는 테더가 보유한 ‘지급준비금’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에선 테더의 지급준비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의혹이 커지자 테더는 지난해 1분기 기준 재무 상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급준비금 포함 부채(823억원)를 상회하는 824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했다.
그러나 현금 비중은 테더 자산의 2.94%뿐이다. 금융위기가 오거나 글로벌 경기가 급속하게 경색될 경우 자산 현금화에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루나의 뱅크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테더가 투자자에게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크립토 발행사들이 자산 상태를 공개한 것이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테더나 테라처럼 중앙화된 스테이블 코인은 몇조원을 갖고 공격하면 코인이 폭락하고 공격세력이 먹을 수 있는 이익률은 얼마만큼인지가 다 계산이 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이번 루나 사태도 권 대표가 보유한 비트코인이 얼마나 가졌는지 사전에 재무 상황을 다 공개하면서 공격자의 자본효율성이 나오게 된 것”이라며 “시장의 오해를 풀기 위해 테더도 공격했지만, 오히려 지금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합수단 1호’ 루나 사태, 멀고 험한 폰지사기 입증의 길
2년 만에 다시 출범하는 합수단의 1호 수사로 ‘루나 사태’가 배당되면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이른바 ‘폰지 사기’ 혐의를 밝혀낼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두고 폰지사기로 볼 수 있는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루나의 자산성이나 알고리즘 생태계가 부실했던 것은 맞지만, 이를 폰지사기로 연결시키기에는 추가적인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스테이블 매커니즘이 어떤 경우에도 작동하는지를 100%로 장담할 수 없다”며 “수사 과정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실관계가 나온다면 모를까 지금까지 밝혀진 스테이블 매커니즘 자체에 범죄적인 요소가 있는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라고 말했다.
폰지사기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부티크 로펌의 변호사는 “사람들을 모아서 비용을 태워 매출이 발생하고 순이익이 나면서 성장하는 전통적인 스타트업 성장 공식을 따랐다고 생각한다”며 “20%의 이자율이 시중 은행 금리보다 높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업계에선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합수단 1호’ 사건으로 지정되며 세간의 관심을 많이 받는 만큼 검찰에서 어떻게든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정치적인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로 침체된 검찰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검찰 수사권의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합수단의 설립 취지를 보면 금융피해자를 구제하고 사기를 막겠다는 것인데 루나 사태가 설립 취지에 맞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검찰의 금융분야 수사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건이니 수사 의지가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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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일변도로 변할까 업계는 발 동동 “크립토 발행사도 내부통제 체계 갖춰야”
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논의되던 가상자산업권법의 방향성이 ‘성장’보다는 ‘규제’로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24일 여당인 국민의힘은 금융당국과 가상자산거래소 등이 참여하는 당정 간담회를 열고 투자자 보호 대책 점검에 나섰다.
또 다른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이 업권법을 준비하긴 했지만,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었다”며 “규제와 성장·육성 중에서 규제의 방향성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어떤 법이 생기더라도 루나 사태를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국경을 초월하는 글로벌한 산업인데 특정 국가 안에서만 효력이 있는 법이 제정되더라도 적용이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에 이미 투자업계는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부티크 로펌의 한 변호사는 “몇천억 단위의 코인 업계 딜이 거의 클로징 단계까지 갔는데 루나 사태가 터지면서 무산됐다”며 “규제로 산업이 흘러가 버리면 다 죽어버릴 테니,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어 일단 지켜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크립토 발행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크립토 발행사는 코인을 만들 때 일종의 증권신고서 격인 ‘백서’를 발표한다. 일반적인 증권신고서는 주관사와 회계법인의 확인을 받는다. 그러나 코인은 거래소 상장 전에 증권성 여부만 확인받을 뿐이다. 이도 증권이면 기존의 자본시장법 등 규율에 걸려 거래소가 부담스러우니 밟는 것이지, 법으로 규정된 사항은 아니다.
코인 거래소 상장 자문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코인 프로젝트가 성공할지도 모르고 돈을 벌어야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는 비용을 쓸 여력이 생기는데 아직 코인 발행사들이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루나 사태를 기점으로 코인 발행사들도 법률 검토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스타트업들이 사업 과정에서 위법이나 절차적 사항을 덜 챙기는 것처럼 블록체인 업계도 마찬가지였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춰야 하는 인식들이 보편화된다면 소비자 보호가 용이해지고 성숙한 시장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