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신한 등 변동금리부채권 발행 늘리는 중
한전채 발행 확대에 여전채 수요 줄자 조달 창구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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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드사들이 글로벌본드와 변동금리부채권(FRN) 발행을 늘리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국내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데다 한국전력공사채권(한전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다. 다만 시장의 예상 범위 내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악화된 조달 환경이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KB국민카드는 아시아와 유럽 투자자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서 4억달러 규모의 유로본드(RegS) 발행에 성공했다. 트렌치(tranche)는 3년 고정금리부채권(FXD)로, 발행금리는 미국 3년물 국채금리에 130bp(1bp=0.01%)를 더한 수준에서 확정됐다. 이는 최초 제시금리보다 40bp 절감한 것으로 쿠폰(coupon)과 수익률(yield)은 각각 4%, 4.028%다.
이번 발행은 한 차례 연기한 후 성공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4월25일 외화채를 조달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미국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원·달러 환율이 1250원까지 오르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연기한 바 있다.
앞서 올해 1월 신한카드도 4억달러 규모의 유로본드를 발행했고, 우리카드는 달러화 포모사본드 발행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모사본드는 대만 자본시장에서 외국기관이 대만 달러가 아닌 다른 국가의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카드사들이 외화채 발행에 문을 두드리는 데에는 국내에서 여전채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증권사의 DCM 관계자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여전채 발행했다가 미매각 물량을 떠안는 경우가 있었다”며 “특히 급증한 한전채 물량이 크레딧 스프레드(가산금리) 확대로 이어지면서 기관들에 여전채 인기가 시들해졌고 작년부터 신규 발행 목적으로 외화채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시장 역시 안정적인 자금 조달 창구로 작용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연초부터 환율이 크게 오르고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조달환경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DCM 관계자는 “지난 4월에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여러 기업이 발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며 관망세인 분위기”라며 “국내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처가 다양화된 점은 다행이지만 장기 CP(기업어음)만큼 안정적인 창구로 작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카드사들은 FRN 발행도 늘리는 분위기다. FRN은 지급이자율이 시중 금리에 따라 변하는 채권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 금리에 대한 장기 예측이 어려울 때 금리변동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행된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발행사에 유리하고 금리 상승기에는 투자자에 유리하다.
신한카드가 올해 들어 발행한 FRN 규모는 3300억원에 달한다. 현대카드(1조1000억원), 삼성카드(4700억원), 우리카드(3300억원)도 FRN 발행에 나섰다.
증권사의 크레딧 연구원은 “시장에서 여전채 수요가 적다 보니 장기CP로 자금 조달을 해왔는데 이마저도 잘 안 팔리고 있다”며 “여전채가 시장 상황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채권인데, 하반기부터는 금리가 하락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FRN을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악화된 카드사의 조달 여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분기 발행된 카드채 평균 금리는 3.54%로, 만기도래채권의 평균 금리와의 차이는 0.74%포인트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보다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카드사들이 1분기에 자금을 조달하는데 부담이 상당했다.
이 연구원은 “높아진 카드채 금리는 올해 상승 전망분을 이미 선반영하고 있어 추가적인 금리 상승에 따른 변동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과 속도이기 때문에 여기서 조달 여건이 더 악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