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용 줄인다고 하지만…금융 격차 커질라 우려
본점 선호 현상 강화…본점과 지점 간 갈등 심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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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명예퇴직, 점포 축소를 통한 비용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연간으로 조 단위의 비용 감축에 성공했으며, 올해도 감축 추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순이자마진(NIM) 개선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디지털이란 명분 하에 점포 폐쇄 등 비용감축도 속도감있게 이뤄지며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이 유력해진 상태다.
다만 '이자 장사'에 대한 비난이 더 거세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민이다. 금융소외 계층의 불편함과 본점-지점 사이의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영업비용은 크게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연결기준 영업비용이 2조1000억원, 우리은행은 3조6000억원, 하나은행은 6조3000억원 감소했다. 작년 영업비용이 크게 줄어든 이유로는 파생거래 관련 비용 감소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점포축소 및 인원 감축 등 지속적인 비용감축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전산 자동화 등 디지털 혁신을 통한 비용 효율성이 개선된 영향이다. 산업적으로도 영업비용 감축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지속해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대면 거래를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디지털 확산의 이면에는 자연스럽게 인력감축 및 점포 축소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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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은행들이 퇴직급여와 해고 비용에 쓴 금액만 2조4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씨티은행이 한국 철수를 결정하면서 이에 따른 해고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탓도 있지만, 은행권 전반적으로 해고 비용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 근무하는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1만6168명으로 1년 사이 2257명 줄어들었다.
점포 축소도 지속되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은행의 점포 수는 3079개로 2020년 3303개 대비 224개가 줄었다. 영업시간이 확대된 특화점포를 가동하는 등 오프라인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 속에서도 ‘되는 점포’는 살리고, ‘안되는 점포’는 줄이는 전략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은행들의 점포축소를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은행 점포 폐쇄 규정을 강화하고 문 닫기 전 ‘사전영향평가’를 의무화했다. 점포 폐쇄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금융소외 계층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점포 폐쇄가 이어지고, 부유층이 사는 지역에는 길 건너 은행이 있는 금융 격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이란 명분하에 은행들의 인력감축과 점포 폐쇄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에 대해서는 딱히 내놓은 해답은 없다”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비용감축 노력을 하면서 은행 내부에서도 본점과 지점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은행 직원들의 본점 선호 현상이 강화하고 있는 데다, 일선 지점에선 인력 감축 속 영업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본점에선 지점 인력의 자질에 대한 불만이, 지점에선 본점 직원들의 영업 이해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은 지점에 연륜이 쌓인 직원은 본점으로 이동하면서 본점과 지점 간의 세대 간 갈등도 커지는 양상이다”라고 말했다.
수익을 좇아 ‘이자 장사’, ‘디지털 전환’을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은행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풀어주더라도 고용과 금융소외 계층 배려라는 사회적 책무에 대해선 은행들이 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은행은 고용이란 측면에선 사회에 기여한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최근 인력감축 분위기 속에서 이런 이야기도 옛날이야기가 됐다"라며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은행만 배불린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은행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시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