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매물 품귀에...유증도, 상장도 어려워
해외로 눈 돌리지만...인가 받기까지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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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을 앞세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투자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지만 자산관리회사(AMC)의 고민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잇따른 유상증자에도 마땅히 담을 자산이 없는 가운데 새 리츠 상장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리츠 시장에서 투자자와 공급자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위험관리) 자산으로 꼽히는 리츠 상품 수요는 커지고 있는 반면, ‘매물 품귀 현상’으로 지속적인 자산 편입은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상장한 마스턴프리미어리츠의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0.2% 증가해 현재 주가는 약 6000원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도 각각 1170.44대 1, 669.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대형 공모주들의 잇따른 상장 실패 사례를 감안할 때 높은 수치라는 분석이다.
리츠 상장지수펀드(ETF) 인기도 나쁘지 않다. 새로운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지난달 한화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새 리츠 ETF를 내놓으며 총 개수는 11개까지 증가했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매력이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리츠는 실물 자산을 기초로 한 구조로 물가 상승분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높아진 수요에도 리츠 공급자들의 고민은 깊다. 기존 리츠에 편입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위해 국내 및 해외에서 매물을 찾아야 하지만 편입이 쉽지 않은 탓이다. 최근 국내 주요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임대료 상승으로 매물은 더욱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 1분기 서울 전체 평당 오피스 거래가격은 2464만원으로 전분기보다 무려 16.8% 높아졌다. 강남(GBD) 권역에서 클래시스가 평당 4299만원에 거래돼 AP타워의 해당 권역 최고가를 경신했다. 판교(BBD) 권역에서도 판교 중심상업지역에 위치한 알파리움타워가 평당 3000만원의 거래가를 기록해 직전 최고가를 새로 썼다.
그간 저금리 기조 속에서 커졌던 실물 자산 수요가 이어졌다는 평이 우세하다. 여기에 임대료 상승이 더해지면서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부동산 매물을 거둬들이며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상승 기조로 바뀌며 부동산 투자 시장의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서울 부동산 캡레이트(자본환원율)은 전분기보다 0.2%포인트 떨어진 3.9%로 캡레이트 스프레드(캡레이트와 금리 차이)는 1%대까지 줄었다.
이에 이미 상장된 리츠를 보유한 사업자들은 물론, 새롭게 리츠 상품을 구성하려는 곳들도 매물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간 상장 리츠들이 늘어난 만큼 자산편입 경쟁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현재 미래에셋글로벌리츠와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오는 여름 수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해두고 있다. 지난 상반기 신한알파리츠는 약 1565억원,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약 118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대부분 자산 편입을 위한 목적이다. 얼마 전 상장한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역시 벌써 새로운 자산을 추가하기 위해 적절한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에 일부 AMC들은 해외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국내 부동산 편입과 비교해 행정 절차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등과 협의에 다소 시일이 필요하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신증권은 올해 하반기 선보이는 글로벌 리츠 상품 구성을 기존 7개 자산에서 3~4개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올자산운용이 준비 중인 베트남 물류센터 리츠 역시 빠르면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잡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부동산 운용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전의 경쟁이 치열했는데 다른 운용사들이 (최종 인수자로 꼽힌)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물량을 나눠달라는 농담을 할 정도”라며 “리츠도 계속해서 자산을 편입해야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서울 시내에 투자할 물건이 없으니 답답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