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운용사, '현금 쌓아둔' SI 찾기 분주 움직임
다만, 유동성 말라 공실률 높아지면 '지속불가능'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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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부동산운용 업계에서 SI(전략적투자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더해 서울 오피스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수익률을 고수하기 쉽지 않아졌다. 이렇다 보니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에쿼티(지분) 출자자를 확보해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사옥에 대한 수요가 있는 기업들과 협업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리가 인상기에도 서울 오피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부동산운용사 운용역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컨설팅기업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강남 안제타워가 3.3㎡당 4299만원에 매각되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기준금리는 지난달 연 1.75%로 인상되면서 두 달 연속 올랐다. 조달 비용이 오르는데 가격까지 오르면서 오피스 매입에 대한 부담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부동산업계에선 전략적투자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보통 전략적투자자는 금융사들에 비해 투자금 회수 순위가 후순위로 밀린다. 배당수익을 보장받는 대신 투자 대상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거나 매각차익을 분배받는 식이다. 이에 부동산운용사 입장에선 배당 재원을 아껴 선순위출자자들에게 더 나은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운용사들이 현금흐름이 좋은 건설 업체나 일부 벤처 기업 등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들의 사옥 매입 수요도 적지 않다고 알려진다.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하락하는 추세다. 1분기 강남 오피스 공실률은 0%대를 기록하는 등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대형자산운용사 임원은 "건설회사나 일부 벤처 기업들의 경우 소위 '쌓아둔 현금'이 많다. 게다가 공실도 없어서 사옥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꽤 있다 보니 부동산운용사 입장에서도 이들을 찾아다닌다. 투자 부담을 덜기 위해서 SI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공간 확보와 더불어 매각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블록체인 업체 두나무가 에이플러스에셋타워에 투자를 결정한 것도 이런 영향으로 풀이된다. 두나무는 최근 코람코자산신탁이 설정한 리츠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기로 했다. 관련 업계에선 두나무가 배당수익을 거의 보장받지 않는 대신 5년 뒤 행사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보유한다고 전해진다. 다만 코람코자산신탁 입장에선 향후 매각차익을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서울 오피스 가격이 우상향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운용사와 SI의 협업은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존스랑라살(JLL)코리아는 대형 임차 공간이 제한적이고 올해 신규 공급도 적어 당분간 임대인 우호적인 시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유동성이 마르면서 벤처기업들의 사업 확장세가 멈추면 SI들과 협업이 지속 불가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금 회수가 후순위인 전략적투자자 입장에선 리스크를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대형운용사 관계자는 "임대료가 상승하고 건물가치가 올라갈 거로 생각해서 SI를 찾는 움직임이 많지만, 시장에선 우려의 시선도 있다"라며 "유동성에 힘입어 그간 수익성이 미흡한 벤처 기업들도 투자를 받아 확장을 지속했다. 앞으로 사업 영위가 어려운 기업들이 늘어나면 공실이 또다시 증가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전략적투자자의 팔 비틀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