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LCC, 한진칼 아닌 대한항공 자회사로 결정
아시아나 합병불발 혹은 조건부 승인 고려전략?
우기홍 사장, 통합 LCC 분리매각 가능성 고려
지분관계 복잡한 한진칼 대신 대한항공을 매각주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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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진에어 보유주식 전량을 대한항공에 매각한다. 그룹 동일 계열집단 내 지분 이동이지만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 M&A와 관련해 그룹 계획이 윤곽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의미있게 보고 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기업결합 과정에서 합병 불발 혹은 분리매각 등 조건부 승인 상황까지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그간 통합 LCC를 한진칼과 대한항공 중 어느 곳의 자회사로 둘지 고민해왔다. 공정거래법과 한진그룹의 재무여건, 기업결합 심사 등 제반 여건을 따져볼 때 통합 LCC는 대한항공이 아닌 지주사 한진칼의 자회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에 LCC 합병법인을 대한항공과 병렬로 배치하는 안이 유력 검토돼 왔지만 올해부터 기조가 바뀌었다.
한진칼은 지난달 제4차 정기 이사회를 개최해 대한항공 자회사로 두는 안을 논의, 최근 이사회에서 이 같은 안을 확정지었다. 통합 LCC 모회사가 대한항공으로 결정되면서 진에어 지분관계 정리가 필요했다. 주식 매각이 완료되면 이후 진에어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통합 절차를 거치게 되고 대한항공은 사실상 중간 지주사로 올라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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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앞서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경영평가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PMI) 전략을 보고하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이 딜은 골칫거리였던 아시아나항공을 털어버리고 항공 빅딜을 성사시키려 했던 산은,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 및 외형 확장을 원한 대한항공의 조원태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던 딜이다. 합병 결정이 다소 조급하게 진행된 만큼 합병 무산 가능성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계속 고민해왔다"면서 "이는 통합 항공사의 컨트롤타워를 두고 오랜기간 고민해왔던 이유"라고 전했다.
산은과 대한항공 내 거래 관계자들은 아시아나 합병 승인이 나지 않더라도 LCC 분리매각 등 새로운 대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의 통합 LCC(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활용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분리매각 시 지분 관계가 복잡해 정치적일 수도 있는 한진칼 대신 우기홍 사장이 실질 지휘하는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둬야 한다는 데에 합의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그간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2대에 걸쳐 보필해온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지난 3월 임기가 만료된 이후 우기홍 사장은 그룹에 남은 최고의 항공업 시니어 전문가가 됐다. 조원태 회장이 특히 신임하는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두면서 항공사 간 중복노선 및 기재 도입·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합병이 최종 성사할 경우엔 '통합 시너지'가 될 수 있고, 합병이 안 되더라도 매각 주체로서 용이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질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파산할 경우엔 보유 노선 완전독점까지도 가능하다.
한편 이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다소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한진칼은 이번 진에어 주식 매각을 두고 "매각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증권가에선 시가 대비 과한 프리미엄을 부여한 만큼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아쉽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화투자증권은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이란 목적성이 한진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과도한 프리미엄 부여로 퇴색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