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 여진 지속…암호화폐 대출플랫폼 셀시우스 뱅크런 우려
블록체인 산업≠거래소인데...손에 잡히는 거래소만 때리기
거래소도 잘한 것 없지만 '중앙 집중'된 코인 소유가 더 문제
새 정부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는 활발...일단 기조는 자율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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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가상자산 및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편입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제도화의 핵심인 규제 수위에 대해 금융당국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탈중앙화'를 표방하지만, 소유 구조는 '중앙 집중형'이라는 것이 암호화폐의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힌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규제 방안은 비교적 손쉬운 '코인 거래소 규제'에 치우치고 있다. 그마저도 '자율규제'부터 주문한 상황이다. 거래소 역시 '루나 사태'의 공범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편의주의식 규제의 실효성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6월 중순 들어 비트코인의 평균 거래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 하락폭만 50%에 가깝다. 18일에는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2만달러가 붕괴된 데 이어, 1만8000달러선까지 속절없이 내주며 '극도의 혼란'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루나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이더리움 파생상품(stETH)을 담보로 이더리움을 대출해주는 업체 셀시우스는 코인 약세장에 투자자들이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자 ‘자산 인출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의 최대 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전체 인력의 18%를 해고하며 비용감축에 나섰다.
암호화폐 시장에 '세 번째 겨울'이 찾아왔다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가상자산 및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현 정부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빨라지고 있다. ‘루나 사태’를 기점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진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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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 제도화라는 방침에는 여야가 모두 공감하고 있어, 업권법 제정 속도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간담회에서는 여당 의원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도 자리에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한 코인거래소 관계자는 “야당도 지난 정부에서 가상자산 시장 제도화에 적극적이지 않고 사각지대에 놓이게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여당도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루나 사태가 터지면서 살짝 쫓기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정에 굉장히 적극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는 ‘자율규제’로 기운 모습이다. 관련 법 제정까지의 공백과 관련 산업 육성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지였다는 후문이다.
이에 발맞춰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도 협의체를 꾸리고 자율규약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암호화폐를 상장할 때부터 상장 폐지할 때까지 5개 거래소 간 공통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게 주 골자다.
문제는 이런 규제 방향에 대해 '의미가 없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소 중심의 가이드라인과 업권법 논의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당장 거래소들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공동 상장·상폐 기준만 해도 그렇다. 이를 명문화한다 해도, 개별 거래소가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는 코인을 판단하고 상장 혹은 상폐 결정을 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루나 코인도 가격이 폭락한 이후에야 사후 관리 차원에서 상폐됐다. 이전부터 '매커니즘 자체에 폭락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거래소 간 코인 공동 상장 기준을 마련하는 규제도 미봉책에 그칠 우려도 크다는 평가다. ‘상장·상장 폐지 기준 통일’ 등은 업계에서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이다. 시장 점유율 80%가 넘는 업비트가 기존의 1위였던 빗썸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던 주효한 요인도 빗썸보다 다양한 가상화폐, 일명 ‘잡코인’을 상장시키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동 상장기준을 마련하더라도 거래소마다 추가로 다른 상장 기준을 넣어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투자자금이 많이 몰리는 거래소에 관심이 모이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거래소만 찾는다고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탈중앙화가 블록체인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역설적으로 거래소 역시 중앙화돼 지금까지 투자자에게 투자만 권했지, 투자자 보호조치 등 의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앞서 정부는 '과도한 뽑기 유도' 등으로 사행성이 짙다는 비판을 받은 게임 업계에 '자율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당연하게도 게임사들은 매출모델(BM)에 지장이 생길 정도의 규제를 만들지 않았다. 결국 이후에도 사행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며, 아이템 정보공개 법제화 등 후속 규제가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거래소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중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을 거래소하고만 논의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 블록체인업체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는 코인의 거래 통로일 뿐,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하는 것과 크게 상관이 없다”며 “최근 블록체인 투자회사들은 블록체인 인프라를 개발하는 기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데, 이쪽 산업과는 동떨어진 쪽으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과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손쉬운 방향으로만 제도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코인에 대한 투자를 검토했다 백지화한 한 제도권 운용사 관계자는 "금융업에서 탈중앙화란 무법이라는 말과 다름이 없는데, 실제로 극소수의 몇 명이 절대 다수의 암호화폐를 소유하면서 루나 사태 등이 벌어진 것 아니냐"라며 "근본적인 소유 구조 자체를 규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 비교적 접근이 쉬운 거래소부터 손을 대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