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들만 '싱글벙글'…투자수익률 好好·금융사와 돈독
금융지주 체질 개선(?) 요원…경영권 방어 수단 지적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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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새 유행처럼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사모펀드(PEF)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투자를 단행한 PEF들은 적지 않은 이점을 누리며 싱글벙글한 표정이다. 그러나 금융지주가 얻은 과실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려운 ‘상전’만 모시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016년 IMM PE가 우리은행 주식 매각 절차에 참여하며 우리은행 주주가 됐다. 당시 투자 규모는 4500억원으로,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 체제로 바뀌면서 IMM PE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5.57%를 보유하게 됐다. 당시 IMM PE가 취득한 주가는 1만1000원이다. 코스피 2500선이 깨진 현재에도 우리금융 주가는 1만3000원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IMM PE는 우리금융 사외이사 한 자리를 꿰찬 데다 이사회 내에서 영향력도 막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점주주 체제로 바뀐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우리금융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과점주주와 차이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과점주주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신뢰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점주주들 사이에서 IMM PE에 대한 신뢰가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IMM PE는 신한금융의 주주이기도 하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인 IMM PE는 지난 2019년 7500억원 상당의 신한금융 전환우선주(CPS)를 취득한 바 있다. 당시 IMM PE는 주당 4만2900원에 신한금융지주 지분 3.7%를 확보했다.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해 이사회 내에서 영향력도 행사하고 있다. IMM PE가 추천한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은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IMM PE는 최근 삼성오너 일가의 삼성생명 지분 인수에도 나섰다. 금융지주에 이어 삼성 금융사 투자를 통해서 투자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금융주가 저평가되어 있고, 금리 상승 기조 속에서 투자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IMM이 뚫어놓은 길을 글로벌 사모펀드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KB금융은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에 24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투자를 유치했다. 교환사채의 전환가격은 4만8000원으로 현재 KB금융의 주가는 5만2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IMM에 이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PEA를 새롭게 주주로 초빙했다. 이들은 각각 신한금융 지분을 6050억원, 5532억원 규모로 매입했다. 주당 매입 단가는 2만9600원으로, 이를 통해 이들은 각각 지분 3.83%와 3.50%를 확보했다.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4만원 선으로 상당한 투자 수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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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들은 계속해서 지분을 가져가고 싶어 한다. 금리 상승기에 더 높은 투자수익률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개미투자자와 달리 인수금융을 활용해서 지분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더 높은 투자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보이지 않는 과실도 많다는 설명이다. 펀드의 주요 출자자인 금융지주의 주주가 됨으로써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펀딩에 나설 수 있다. 더불어 M&A 활동에 있어서 금융지주가 인수금융을 통해서 이들과 함께 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M&A 파트너로서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지주 입장에선 애당초 투자유치에 나설 때만큼 시너지가 낫는지는 의문이란 설명이다.
사모펀드가 주주로 초빙되면서 이사회 내에서 이들의 입김이 너무 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군다나 사모펀드들이 금융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데다가 금융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다 보니 금융지주 경영진으로선 이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어려운 ‘상전’을 모시게 된 것이다.
긍정적인 면으론 사모펀드 주주가 오면서 주주구성이 다양해지고 상대적으로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주주들이 체감할 정도로 금융지주의 경영이 나아졌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금융지주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사모펀드 주주 초청의 이유로 거론되는 정부 입김을 사모펀드가 얼마나 막아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해당 펀드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빅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았지만, 수년이 지난 현재 막상 손에 잡히는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사모펀드 주주 초청의 배경을 현 경영진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지주의 체질 개선 보다는 현재의 거버넌스 구조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것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들 입장에선 일석이조의 딜이지만, 금융지주 차원에선 이들을 주주로 초빙해서 어떤 이득을 얻었는지 명확하지 않다”라며 “현 경영진을 위한 주주 초빙이었는지 아니면 금융지주 선진화를 위함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