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수익 지표인 ROA는 글로벌 은행 반토막 나
업황에 좌우되는 이자장사 대신 수익 다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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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지주의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금융권의 이자장사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신임 금감원장은 작심한 듯 금융권 이자장사를 경고했다. 얼핏 보면 은행들이 장사를 잘해서 배를 불리는 거처럼 보이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글로벌 은행 비교해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거센 이유도 그간의 수익성 제고 노력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측면도 크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이 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의 예대 금리차가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이 직접 나서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겨냥한 것은 금리 상승기 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은행의 예대 금리차는 잔액 기준 2.32%포인트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국내은행들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12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조8000억원(16.9%) 증가했다.
이에 반해 비이자이익은 1조3000억원으로 1년 전 2조5000억원에 절반에 불과했다.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은행을 포함한 금융지주가 ‘이자장사’라도 아주 잘한다고 읽힐 수 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금융지주의 수익성 지표인 ROA를 살펴보면 글로벌 은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각 사별로 ROA를 살펴보면 KB금융이 0.7%, 신한금융이 0.6%, 하나금융 0.7%, 우리금융 0.6%를 기록했다.
해외 금융기관은 JP모건 1.4%, BOA는 1.1%, 웰스파고 1.1%, 씨티은행은 1%를 기록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내에서 은행들이 ‘이자장사’ 비판받지만 해외에 비하면 그마저도 절반 수준의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국내와 해외의 ROA가 차이가 나는 이유를 살펴보면 해외 금융기관이 수익성 높은 대출을 취급하고, 비이자이익을 통해 수익을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신용평가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국내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84.8%가 이자지익에서 15.2%가 비이자이익에서 나온다. 이자이익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 4대 상업은행은 이자이익이 62.7%, 비이자이익 37.3%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이자장사’로 비판받는 대출에 있어서도 국내 시중은행은 담보 및 보증이 72.6%, 신용이 27.4%로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낮은 담보대출 비중이 절대적이다.
반면 미국 4대 상업은행은 담보 및 보증이 36.2%, 신용이 63.8%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자장사’ 비판이 거세지만 이마저도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선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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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수치는 올해를 기준으로 해도 별반 달라진 바가 없다. 해외 금융지주사의 경우 총이익 중 비이자이익이 약 57.6%인 반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의 평균은 20.9%로 여전히 국내는 수익의 대부분이 ‘이자장사’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구조는 금리 상승기에는 ‘이자장사’한다는 비판이 금리 하락기에는 ‘수익 다변화’를 해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10여 년에 걸친 저금리 구간 금융지주가 마주했던 가장 큰 비판 중 하나가 이자 수익에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이었고, 금융지주 너도나도 비이자이익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수익 다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쏙 들어간 상황이다. 금감원장 등이 나서서 강도 높게 ‘이자장사’를 비판하자 대출금리를 조금 낮추는 등 미봉책만 내세우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 상승 기조가 더욱 뚜렷해지면 금융지주에 대한 이자장사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라며 “이런 시기에 수익 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오히려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금융지주 간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수익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 금융 연구원은 "15년 전만 하더라도 신한금융이 압도적 1위 금융 그룹인 줄 알았지만, KB금융이 현대증권, LIG손해보험 인수를 통해 비은행 사업을 키우면서 시가총액이 뒤바뀌었다"라며 "결국엔 얼마만큼 다양한 시도를 하느냐가 지금의 차이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