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등 PEF 관심 보이지만…매각 후 평판 위험 고민은 여전
시장 침체·높은 기대 몸값·불투명한 시너지 등 고민거리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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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그룹 계열사 중 가장 독보적인 성공 사례다. 한국 모빌리티 시장을 열었고 단기간에 외형을 키우며 이익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비판도 많았다. 이른바 '수익화'와 '평판 위험'을 맞바꾼 셈이다.
카카오그룹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데 난관이 적지 않다. 사모펀드(PEF)에 팔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돈벌이에 집착한다는 지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 활용 등 시너지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룹과 경영진의 눈높이가 여전히 높고, 직원들의 반발이 크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지난 15일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여부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도 지난 22일 ‘디지털 플랫폼 기업 대표 간담회’에서 매각과 관련해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카카오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시장에선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이 본격화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카카오는 외국계 투자은행(IB) 등 자문사의 도움을 받아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최대주주인 카카오와 2대주주 TPG 측에 MBK파트너스, KKR,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유수의 사모펀드(PEF)들이 인수 제안을 보냈는데 아직 구체적인 조건 협상 단계에 이른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카카오의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이 갈라져 나와 설립됐다. 강력한 플랫폼을 업고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개척했다. 다른 초기 플랫폼 기업들이 그랬듯 수익성보다 성장성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모였고 구글을 비롯해 ㈜LG, GS리테일 등 기업의 구애도 이어졌다.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톡 다음으로 아낀다고 할만큼 그룹 내 입지도 독보적이었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매각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상장(IPO)을 우선시하겠다는 방침은 그대로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거나 카카오모빌리티를 계속 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크다. 카카오 계열사들은 ‘국민주’로 불리기도 했으나 시장이 등돌린지 오래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무더기 상장, 계열사 먹튀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카카오는 올해 계열사를 30~40곳 줄이겠다고 했다. 카카오는 남궁훈 사장 체제에서 ‘메타버스(Metaverse)’를 강조하는데 모빌리티는 그와 연계성이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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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과 연계된 사업을 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질타를 받았다. 대리운전 업체 인수 과정에서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왔고, 수익화를 시도할 때마다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부 출자 택시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다. 국회, 서울시,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두고두고 카카오그룹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어수선한 중에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섰고, 400억원 가까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거뒀다. 가맹 택시 사업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의 기여도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우버의 탄력 요금제(Surge Pricing)를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호출이나 취소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서울시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 막대한 고객 데이터만으로도 기업가치 증가 효과가 충분한데 여러 재무적투자자(FI) 주주의 회수를 지원하려다 보니 다소 무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쌓이는 막대한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감안하면 택시 사업에서 돈을 벌겠다고 서두를 이유가 있었나 싶다”며 “카카오는 정부와 여론에서 견제를 받는 카카오모빌리티를 계속 안고 가다간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매각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작년 GS리테일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기업가치는 5조원 수준, 올해 일부 구주 매각 때 가치는 8조원대였다. 올해 일부 임직원은 2조원대 기업가치에 맞춰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챙겼는데, 경영진의 기대치는 낮지 않다. 상장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2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제시한 증권사를 택하기도 했다.
지금도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자 측에선 10조원 이상의 몸값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증시 침체, 평판 위험, 테크기업 거래배수 하락 등 악재가 많은 상황에선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 때문에 일부 주주는 8조원대만 돼도 만족할 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FI 주주들도 신경을 써야 한다. TPG의 경우 카카오모빌리티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카카오와 함께 지분을 매각할 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초기 투자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국투자파트너스 등도 마찬가지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함께 나누려면 매각 지분율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인수자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회사가 물류 사업까지 발을 넓혀가는 상황이라 인수자는 신주 투자금까지 고려해야 한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판다면 FI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 위해 같이 팔 수밖에 없다”며 “FI 입장에선 회사가 생각하는 가치가 합리적으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관심을 갖는 곳은 주로 PEF들이다. 김병주 회장이 테크기업 투자를 독려한 MBK파트너스나 실탄이 두둑한 다른 대형 PEF 모두 ‘시장 지배력 공고한 성장기업의 경영권’에 매력을 느낄 만하다.
사업적 고민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익화 전략을 강화할수록 견제와 반발 움직임이 커진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전략적투자자(SI)라면 군침이 돌 데이터 자산은 PEF엔 큰 효용성이 없을 수 있다. 잠깐 정거장처럼 인수했다가 다음 주인을 찾아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연결고리를 남겨두느냐도 변수다. 위험을 끊어내기 위함이라면 카카오가 지분을 남길 이유는 없지만 그 경우 직원 동요는 불가피하다. 카카오 브랜드를 뗀다면 시장 지위가 약화하거나 경쟁사에 일부 점유율을 내줄 위험이 있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반대 성명을 내고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어 향후 매각 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