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자잿값 인상·금리상승 등 악재 쌓이며 사업성↓
부동산 운용사 간 고점론 확산하며 "올해 전부 팔자"
매각 시기 고심 中…매각가 두고 수익자와 마찰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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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시장에서 물류센터 투자 열기가 시들고 있다. 자잿값 인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데 더해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까지 오르면서다. 게다가 쿠팡 등 우량 임차인인 이커머스 업체들마저 비용 절감에 들어가면서 공실 리스크가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물류센터 고점론이 확산되며 시장에 매물이 다수 출회되고 있다. 대형 부동산 운용사들 내부에선 더 이상 물류센터 투자를 검토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종합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가 발표한 '2022 한국 투자자 의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물류센터 선호도는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40%로 집계된다. 신규 물류센터의 공급이 역대 최고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실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신 전통 안전자산인 오피스 선호도는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47%를 기록했다.
당초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공급이 예상, 공실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차였다. 올해 물류센터 예상 물량은 인허가 기준 지난 4년 평균치의 2배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류센터가 기관투자자들의 인기 투자 자산으로 떠오르면서 개발이 대폭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공사 지연으로 공급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물류센터의 우량 임차인으로 꼽히는 쿠팡이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시장 유동성이 마르고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그동안 성장성에 목매던 쿠팡은 '수익성 개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업계관계자들 사이에선 쿠팡이 일부 물류센터에 한해 계약연장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도 쿠팡의 물류 인프라 확대 속도는 지난해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고 금리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가파르게 오르자 수익성 확보가 더욱 난망해졌다. 기준금리가 치솟으면서 국내 물류센터 PF 선순위 금리는 지난해 4%에서 올해 5% 중후반대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기대수익률이 높아졌지만, 자잿값 급등으로 사업성은 지속 하락하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철근 가격은 올해 5월 기준 전년 대비 70% 이상 급등했는데, 전체공사에서 골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물류센터 특성상 직격타가 불가피하다. 물류센터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스턴투자운용, 이지스자산운용 등 대형 부동산 운용사들은 물류센터 가격이 고점에 이르렀다고 판단, 보유 중인 곳들을 매각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대형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 좋아 오피스 등 안전자산으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지금은 물류센터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보유 중인 곳들 전부 팔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라고 전했다.
2024년까지는 공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임대료 상승 기대감도 제한될 전망이다. 임차인 확보를 위해 장기간 기존 임대료 수준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센터 계약기간은 통상 3~4년인데 이 기간 내 임대료 에스컬레이션은 연 1.5%대가 대부분이다. 이에 부동산 운용사들은 큰 폭의 임대료 상승이 예상되는 상업용 오피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는 부동산 운용사들의 물류센터 매각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물류센터 매물이 다량 출회된 상황이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인천 서구 쿠팡 물류센터(연면적 규모 29만9252㎡) 매각을 진행 중이다. 준공 전이지만 투자금 회수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각가만 7000억원 이상 거론된다. 현대자산운용은 지상 1~8층 규모의 천안 초대형 물류센터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이천 소재 대화 물류센터, 여주·평택 물류센터, 이천 마장 물류센터 등 시장에 매물이 여럿 나와 있다.
다만, 부동산 운용사 운용역들 사이에선 물류센터 매각도 녹록지 않다는 한숨이 나온다. 수요가 떨어지며 매각가 수준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부동산 운용사는 최근 계획 중이던 물류센터 매매를 결국 철회하기로 했다. 수익자가 원하는 가격에 매각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물류센터 매각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된다면 배당을 기대하는 투자자와 운용사 간 의견 마찰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