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금리인상에 임대료 수익 줄고 부동산 가치 하락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 ETF, 2억8천 투매 물량 나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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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락장에서 방어주로 꼽히며 승승장구하던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높은 조달 비용이 부상, 기대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손절매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기관은 일부 리츠의 지분을 통째로 매각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등,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6월2일~24일) KRX 리츠 TOP 10지수는 11% 떨어졌다. 같은 기간 12%, 16% 하락한 코스피와 코스닥보다는 선방한 셈이지만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방어주로 꼽히며 신고가를 경신한 것과 대조된다. 지난 4월 7000원수준까지 올랐던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지난 24일까지 24% 하락(5020원)했고 ESR켄달스퀘어리츠 역시 같은 기간 17%나 빠졌다.
불과 몇 달전만 해도 리츠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선방할 수 있는 종목으로 지목되며 시장 자금을 흡수했다. 부동산 임대계약서에 물가 상승에 따른 임대료 인상 조항이 포함돼 있어 물가 상승기에도 견조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이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상장 리츠는 안정적인 배당을 보장한다는 점이 투자 요인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에 고삐를 쥐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의 속도가 완만한 경우 커지는 비용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다. 다만 급격하게 긴축이 진행, 경기침체 우려까지 불거진다면 부동산의 가격이 조정받으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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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28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75bp(bp=0.01%) 인상하며 시중금리가 급등했다. 이와 더불어 주택담보대출 고정 금리가 7%를 돌파했는데 이는 13년만"이라며 "과거 사례로 봤을 때 한국과 미국 모두 주택담보대출 금리(하단 기준)가 5%대 진입 시, 시차를 두고 주택 가격이 조장 받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00bp가량 추가 상승할 경우,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차입을 통해 자산을 확장하는 리츠 특성상, 기대수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점쳐진다. 리츠는 임대료 수익 전부를 배당에 활용하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 시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다.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해 자산을 새로 편입할 때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차입을 활용했던 편입했던 기존 자산 역시 금융비용(이자 비용)이 증가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츠를 담은 ETF 역시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 ETF는 한 번에 5만주가 체결되는 투매가 관찰됐는데, 주당 단가를 5600원으로 계산했을 경우 2억8천만원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상장 리츠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해당 ETF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투자자들은 상장 리츠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운용업계에선 최근 한 기관이 해외 오피스 자산을 주력으로 보유한 모 리츠의 블록딜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물가 수준으로 연준의 매파적 행보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리츠 주가도 약세를 보이는 증시와 궤적을 같이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데 이는 리츠의 임대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리츠의 주가는 증시와 궤를 같이할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완화되거나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된다면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 리츠도 이에 발맞춰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