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PEF 만기 앞두고 물밑 매각 움직임
코로나 특수 누렸지만 언제까지 갈지 의문
‘다음 투자자 먹을 파이 남겨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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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PE는 지난 2018년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부터 LX판토스 소수지분을 인수했다. 이 펀드의 만기가 내년에 돌아오기 때문에 올해 중 매각 준비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LX판토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류산업 특수의 덕을 봤는데, 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에 따라 회수 성과도 달라질 전망이다.
LX판토스는 LG그룹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 고 구정회 창업고문 일가가 1977년에 세운 물류사다. LG 방계회사로 있다가 2015년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가 지분 51%를 인수하며 LG그룹으로 편입됐다. LG상사가 인수하지 않은 지분 중 31.1%는 구광모 당시 ㈜LG 상무를 비롯한 오너 일가가 1919억원에 사들였다. LX그룹은 최근 LG그룹과 계열분리 절차를 마무리했다.
구광모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2018년 LX판토스 지분 19.9%를 사모펀드(미래에셋대우코리아제이호 PEF)에 145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구 회장 일가의 판토스 지분율은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20%)에 미치지 않았지만 논란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분을 정리했다. 구 회장은 546억원을 확보했다.
미래에셋PE의 펀드 만기는 5년으로 내년까지 자산을 정리해야 한다. 회사와 협상한 것이 아니라 개인 주주들의 지분을 사왔던 것이기 때문에 상장(IPO)을 통한 회수는 어렵다. 최근 증시가 좋지 않은 데다 LX그룹도 달리 상장 계획은 없는 분위기다. 별도의 풋옵션도 없어 미래에셋PE로선 지분을 받아줄 다른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일부 잠재 투자자와 물밑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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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PE이 주주로 참여한 후 LX판토스의 실적은 개선세다. 2019년 대비 작년 매출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배로 늘었다. 2018년까지는 매년 100억원의 ‘정액’ 배당금이 주주들에 지급됐으나 이후 매년 늘어 작년엔 지급액이 355억원까지 늘었다.
LX판토스는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회사는 해상, 항공, 철도 등 다양한 운송 사업을 하는데 팬데믹 이후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운임이 치솟았다. 특히 ‘정시 운송’에 유리한 육상 운송망이 각광 받았다. LX판토스가 확보해 둔 러시아, 중국 육상 운송로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회사는 금융사 지원을 받아 내륙 운송 시스템을 강화하는 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LX판토스는 탄탄한 사업 역량을 갖췄지만 최근의 실적 급등은 팬데믹 영향이 더 컸다. 해운사 운임과 주가는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Peak out)이란 평가가 많다. 우크라이나 사태 후 러시아 운송망 활용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가 하강(recession) 국면에 접어들면 운송 물동량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운임은 부르는 것이 값이었는데 이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며 “세계 경제가 긴축으로 돌아서면 (매각자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잠재 투자자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금창출력이 2배 이상 늘어난 LX판토스의 지분을 인수하려면 수천억원의 자금이 들어갈 수 있다. 당장 올해, 내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LX판토스가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느냐를 예측해야 한다.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소수지분을 넘겨받는 것이니, LX그룹에 회수 보장책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성장성을 자신하기 어렵다면 인수가를 낮추려 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LX판토스 기업가치가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는 의문”이라며 “미래에셋PE 입장에선 새 투자자와 이익을 향유할 방법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