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오피스, 신규 유입 없고 이직만 많아
늘어나는 수요에 백오피스 임금도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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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생 운용사가 늘어나면서 백오피스(back office, 운용지원부서)의 몸값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메인인 운용역보다도 백오피스 인력을 더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운용역은 증권사, 회계법인 등 운용사 외부에서 인력이 꾸준히 유입되는 반면 백오피스 인력들은 신규 유입도 적고 운용역 등 인력 유출이 더 심한 탓에 인력난이 심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새롭게 운용사 인가를 받은 곳은 12곳으로 전체 운용사 수는 362곳이다. 지난해 말 350곳에서 소폭 늘어났다. 새롭게 설립한 운용사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운용사 인가를 관할하는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후 보수적으로 인가를 내주면서 등록 신청을 하더라도 라이선스를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이다.
문제는 신규로 설립된 운용사가 늘어나면서 백오피스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오히려 운용사의 메인인 운용역보다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는 평이다. 백오피스 업무는 크게 ▲운용지원 ▲컴플라이언스 ▲펀드세무회계 ▲마케팅 등이 있는데, 높은 업무 능숙도가 필요하다는 전언이다.
운용역은 갖추고도 백오피스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신생 운용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영역이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에서 대체투자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인력난이 더 심해졌다. 부동산이나 해외 시장 등을 잘 알고 있는 인력까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투자협회에 백오피스 채용 공고를 낸 한 신생 운용사는 “운용역 채용 공고를 내면 사람들이 바로바로 지원하는 반면, 백오피스 쪽은 운용역에 비해 현저히 적다”며 “신생 운용사이기 때문에 신입보다는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백오피스 경력직이 필요한데, 경력은 정말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의 임원은 “백오피스의 경우 빠르고 정확한 일 처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력을 많이 보게 되는데, 원하는 스팩을 가진 사람이 정말 없다”며 “요즘에는 어느 정도 경력이 된 백오피스 인력들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백오피스에 대한 늘어난 수요에 비해 공급은 현저히 적은 상황이다. 백오피스 경력을 쌓고 운용사 프론트 영역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운용역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IPO 심사역, 회계법인 등 다양한 산업에서 헤지펀드 운용사로 이직하며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과 대비된다.
금융투자협회가 ‘전문사모운용사 백오피스’ 실무 과정을 개설하며 부족한 인력을 키우려고 나섰지만 새로 유입된 인력만큼 다시 유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운용지원에서 운용역으로 자리를 옮긴 관계자는 “운용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를 하는데 성과급이 천만원 단위로 차이가 나니까 상대적 박탈감도 들고 아예 운용역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며 “작은 사모운용사에서 신입으로 들어와 경력을 쌓고 직급이나 연봉을 올려 다른 자산운용사의 백오피스로 가거나 아예 운용역으로 옮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바로 실무에 투입할 운용사 백오피스 경력직의 몸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일부 백오피스 인력은 운용역에 버금가는 연봉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펀드 사무관리 업계의 경력직들은 운용사들이 모셔간다는 전언이다. 신한아이타스 등 사무관리회사는 다양한 운용사의 사무관리 업무를 대행하기 때문에 어느 운용사를 가도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어서다. 사무관리회사 경력 3~4년만 있으면 7000~8000만원대을 호가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작년에 사모펀드 제도가 개편되고 최근에는 정권도 바뀌면서 백오피스 영역에서 관련 제도나 규제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사무관리회사나 다른 하우스에서 영입해오는 등 백오피스 인력 쟁탈전에 버금가고 있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