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와 티몬 등 주요 포트폴리오 성과 부진 영향
IPO 회수 길 막히며 한국 시장 투자 관점도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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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동반자를 자청하며 국내 기업에 베팅을 아끼지 않던 글로벌 자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당분간 한국 투자는 '홀드(HOLD)'하겠다며 본사 차원에서 요청 건을 내려보내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국내 주요 기업 및 운용사의 투자 제의 다수를 반려하고 있다. "당분간 한국 투자 건은 보지 말라"는 지침이 내부 기조로 전해진다.
결정적 계기는 마켓컬리 투자 성과 부진이다. 앵커PE는 컬리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했지만 현재 컬리 주식은 장외에서 약 1조9800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투자단가의 절반 이상이나 가치가 하락한 셈이다.
최근 증시 침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의구심, 거래소의 깐깐한 시선 등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투자 회수를 희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앵커PE가 컬리를 고점에 샀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내부서도 '비상사태'로 인식된다는 평이다.
KKR과 함께한 티몬의 회수 전망도 어둡다. 이들은 지난 2015년 경영권 인수 당시 티몬 기업가치를 8600억원으로 평가했다. 롯데와 M&A를 협상했던 2019년엔 몸값이 2조원까지도 거론됐으나 무산된 이후 기업가치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다시 매각설이 제기된 최근엔 2000억원까지도 언급되고 있다.
최근 회수 실적도 좋지만은 않았다. 지난 5월 JB금융지주 엑시트에 나섰지만 7년 투자기간에 비하면 300억원 차익은 기대 이하란 언급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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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의 국내 투자 검토도 뚝 끊겼다. GIC는 싱가포르 재무부가 지분 100%를 가진 국영 투자자로, 세계 최대 투자회사 중 하나다. 에어비앤비와 알리바바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GIC는 근래까지도 몇몇 기업들과 투자 규모 및 지분율을 논의해왔으나 이들에 "당분간 모든 투자 검토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외신을 통해선 해외 기업 투자 사례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GIC의 한국 시장 투자 관점이 달라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GIC는 이달 스킨케어 브랜드 와우스킨사이언스에 4800만달러(615억원), 핀테크 스타트업 크레드에 1억4000만달러(1800억원), KKR의 7조 규모 호주병원 인수 기관 투자가로 참여했다.
앵커PE와 GIC의 최근 수년간 국내 투자는 프라이빗에쿼티보단 VC 형태와 유사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유니콘 및 데카콘 등극을 목전에 둔 기업들이 주된 투자 대상이었다. 새로운 시장과 고수익에 대한 갈증은 IT 기술이 특히 발달한 한국 기업 러브콜로 이어진 배경이었다.
하지만 수익 실현 창구인 IPO 문턱에서 고전하는 사례가 국내에서 잇따라 늘기 시작했다. 이에 앵커PE와 GIC 등 글로벌 펀드들의 회수 전망도 비관적으로 변한 게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기업 환경이 악화하고 있지만 이들이 주로 검토하는 유니콘 단계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조정은 체감할 수준이 못 돼왔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전세계 스타트업 시장의 자금줄이 빠른 속도로 마르고 있는 가운데 특히 한국 시장 회수 전망이 비관적으로 변모하면서 글로벌 자본들의 투자 시각이 더욱 보수적으로 변하는 분위기"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