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과 같은 꼴 날라' 토스·케뱅 차별화 전략 관건
토스, 금융 플랫폼 내세우고
케뱅, 은행 정체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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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뱅크 주가가 하염없이 내려가고 있다. 국내 증권사에선 이례적으로 매도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한때는 카카오뱅크를 쫓아 상장을 추진하던 후발주자들은 이제는 서로들 카카오뱅크와 차별화 부각에 공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5일 카카오뱅크 주가는 전일 대비 3.9% 상승하며 가까스로 3만원을 다시 회복했다. 금융주 가운데 시총 1위를 차지했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 1일 2만8000원대로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올해 연초 대비 주가 하락률은 50% 수준이다.
이런 급락은 카카오뱅크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의문이 시장 전반으로 번지면서다.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기업으로 해외 핀테크 업체 등과 비교되면서 높은 기업가치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장성을 보여준 점 등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사도 카카오뱅크에 대한 부정적인 리포트를 내고 있다. 최근 DB금융투자는 카카오뱅크의 목표가를 2만4600원으로 제시하며 투자의견을 ‘언더퍼폼(Underperform)’을 제시했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시장 평균 상승률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국내에 드물기로 유명한 '매도 레포트'다.
이 레포트에서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들어 카카오뱅크의 성장 속도가 하락하는 점은 분명하다”라며 “금리상승과 가계대출 성장 억제 관련 규제로 인해 가계대출 성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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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주가가 부진하자 이를 쫓아 상장을 준비하던 경쟁 업체인 토스와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와의 차별화에 힘을 쏟고 있다.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선 카카오뱅크와 유사한 모델로는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토스는 일단 상장보다는 투자유치에 공을 쏟는 분위기다. 기업가치 10조원 안팎에서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유치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상장에 나서기보단 투자유치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모집하고 시장 상황을 보며 상장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상장 시점도 내년 하반기 이후나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토스는 카카오뱅크와 달리 금융 주력사임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사업자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와는 금융에 대한 전문성 측면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금융 플랫폼으로 월 활성화 이용자가 2200만명 이상으로 매달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뱅크보다는 글로벌 핀테크 회사의 성장성을 인정 받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는 은행과 플랫폼 사이에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됐다. 다른 시중은행과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플랫폼 수익은 작년 2분기 이후 주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카오뱅크의 월활성이용자수는 작년 4분기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올 1분기 소폭 감소한 1500만명을 기록했다. 토스는 당초 간편 송금 서비스로 시작한 만큼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는 인터넷 은행, 증권 등 통합 금융 서비스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카카오뱅크와의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며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 토스가 차별화에 나서는 이유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상장에 시동을 건 케이뱅크도 토스의 전략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주권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했다.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 11월 이후 상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와 어떤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갈지다.
케이뱅크는 IPO에 시동을 걸면서 ‘서비스형 뱅킹’을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은행보다는 플랫폼을 강조한 것과 달리 케이뱅크는 은행 서비스를 강조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와의 차별화가 상장 성공의 ‘열쇠’로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연계로 수익성이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다변화 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전략이 시장에서 얼마나 통용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카카오뱅크가 상장 당시 인정 받은 성장성을 투자자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케이뱅크의 차별화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경우 업비트를 통해 몇십만 명의 유저를 확보하는 효과는 거두었지만, 그 숫자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라며 “더불어서 업비트와의 연계가 케이뱅크보다는 업비트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케이뱅크의 성장성에 얼마나 가치를 부여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