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과는 MOU 맺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어
해외 공동투자 등 가시적인 성과 낼지 관심
주주구성 변화에도 영향 있을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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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그룹과 제휴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선 2조원 이상 규모 펀드 조성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KKR과 제휴를 맺은지 3년이 넘도록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보니, 칼라일을 새로운 파트너로 초빙해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칼라일과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다각도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와 접점이 많은 신한자산운용이 앞단에 서고, 신한금융 GIB 조직이 계열사 자금을 대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칼라일은 한국 오피스보다는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이번 제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협력 단계로는 이전부터 해오던 칼라일 펀드에 출자자(LP)로 나서는 방법이 있다. 글로벌 톱 PEF의 투자 전략에 기대는 방식인데, 신한금융 GIB가 기존에 해오던 LP 출자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서는 칼라일이 인수하는 기업, 인프라 자산 등 대체 투자에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칼라일의 해외 대체 투자에 인수금융 등 파이낸싱 작업을 신한금융이 주선하는 방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배경엔 KKR과의 협업 성과가 모호했던 영향도 있을 것이란 평가다. 신한금융은 2018년 KKR과 전략적 업무제휴(MOU)를 맺고 선진투자 금융 기법과 공동 펀드 조성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간혹 공동 투자나, 인적 교류가 이뤄지긴 했지만 괄목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KR 펀드에 출자 등은 이뤄졌지만 KKR과 해외에서 공동 투자 등 당초에 기대했던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칼라일과 글로벌 사업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여러가지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과 KKR과의 파트너십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GIB 자금을 모아 KKR의 바이아웃, 크레딧, 실물투자 등에 분산 출자하는 펀드를 결성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해외 IR 등을 통해 KKR, 칼라일 등의 수뇌부와 접촉하며 글로벌 사업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이 글로벌 사모펀드와 관계 강화에 나서면서 주주관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KKR과 업무협약을 맺을 당시 KKR이 신한금융의 2대 주주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 적이 있었던 만큼 단순 업무 협약을 넘어서 ‘피를 섞는’ 과정으로 나아갈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칼라일은 지난 2020년 KB금융지주 자사주에 기반한 24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인수했다. 이번에 칼라일이 신한금융 주주로까지 나서게 되면 KB금융과도 미묘한 관계가 될 수 있다.
신한금융엔 이미 IMM PE,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어링PEA 등 재무적투자자(FI) 주주가 있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수년 내 매각해야 한다. 당장 내년 IMM PE가 보유한 전환우선주(지분 3.7%)가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다.
신한금융은 유통주식 수 증가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우려해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방안을 금융감독당국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으로선 지분을 되사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초빙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글로벌 PEF와의 제휴 강화가 추후 주주관계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다만 신한금융 내부에선 이에 회의적인 분위기도 있다.
다른 신한금융 관계자는 “주주관계 변화에 대해선 특별히 논의되는 바 없다”라며 “주가 관리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 등을 검토하나, 금융당국 등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