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본사 팔고 재무 부담도 커져…이베이는 회수 극대화
‘SSG 상장 후 합병’ 소재도 힘잃어…내부선 방어에 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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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지난해 이커머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에비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 인수에 3조원대 자금을 들였지만 아직 시너지 효과는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커머스 시장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며 ‘고가 인수’라는 평가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기존 이커머스 주자인 SSS.COM(쓱닷컴)은 상장을 추진하며 이베이코리아와 합병 가능성을 부각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합병 가능성이나 합병 후 시너지 효과도 섣불리 점치기 어려운 분위기다.
이마트는 작년 11월 에메랄드SPV에 3조5600억원을 출자했고, 에메랄드SPV가 이베이코리아를 지배하는 아폴로코리아 지분 80.01%를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 80%에 3조원 이상을 투입한 셈이다. 2020년 이베이가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검토할 당시 희망 몸값이 10조원, 이듬해 희망 가격이 5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금액은 아니란 시선이 있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안팎의 평가는 달라진 분위기다. 당시 이커머스 시장은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분위기였다. 작년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의 주가는 하락하고, 네이버의 멤버십 서비스가 본격화하며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롯데그룹이 3조원 미만 가격을 써내며 무리하지 않았음에도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확장에 공을 들여 높은 값을 치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보자니 높은 거래 배수를 인정하기 어렵고, 이커머스라는 점을 강조하자니 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하는 상황이었다.
작년 1분기만 해도 이커머스나 플랫폼 등 영역에 대한 가치 평가가 후했지만 이후부터 꺾이고 있었다. 이베이코리아만 해도 작년 1분기 실적이 좋았는데, 본입찰이 작년 6월에 치러지며 2분기 후 실적 하향세를 확인하지 못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실적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하락세는 완연하다는 평가다. 이러다보니 3조원 미만에 샀어야 할 자산을 너무 바싼 값에 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마트는 3조원대 이베이코리아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징과도 같았던 서울 성수동 본사를 팔아야 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스타벅스코리아 경영권 확보, 야구단(SSG랜더스)과 와이너리(쉐이퍼 빈야드) 인수 등에 대규모 자금을 쏟았는데, 올해 매크로 변수가 커지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다.
한 유통사 임원은 “이마트는 미리 정교하게 전략을 짜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인수 후 통합 계획을 세우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신세계그룹과 이베이코리아의 이커머스 지분율을 단순 합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작년만 해도 이커머스 플랫폼이 황금알을 낳아줄 것이란 기대가 많았지만 올해는 업황 자체가 가라앉고 있다. 전통 유통업을 하는 이마트와 이머커스의 태두 격인 이베이코리아와의 시각 차이를 좁히는 것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 기업이 '허상’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은 상황에선 이커머스보다 대형마트 등 전통 유통산업에 힘이 더 실릴 수밖에 없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매각자 입장에선 팔기 직전에 숫자를 매력적으로 만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마트가 인수한 후 실적이 꺾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국내 이커머스 1세대인 이베이코리아 인사들을 이마트가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올해 쓱닷컴 상장(IPO)을 추진해 왔다. 증시가 침체하며 올해 상장은 쉽지 않은 분위기지만 내년 이후 다시 본격화할 것이란 평가가 있다. 상장 추진 과정에서 잠재 투자자에 강조한 것은 이후 이베이코리아와의 합병이다. 그룹 이커머스의 핵심인 쓱닷컴에 쿠팡 수준의 연간거래액(GMV)이 더해지면 수십조원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실제 시너지 효과는 불투명하다. 그룹 이커머스의 중추인 쓱닷컴에 백화점이나 이베이코리아의 유력 상품이 얹어지는 상황이다. 쓱닷컴의 매력도는 올라가지만 이베이코리아의 부가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쓱닷컴에 이베이코리아를 합치는 것이 매력적인 수가 될지 의문이다.
작년 M&A 당시 신용평가 업계에선 저 정도 가격이면 1+1=3은 돼야 한다는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 같아선 1.5가 되기도 어려울 수 있다. 상장 가치를 올릴 소재로도 활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마트 안팎에선 이베이코리아 M&A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대형 M&A에서는 수년간 영업권 가치가 적정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이 경우엔 예상보다 일찍 논란의 시점이 다가온 셈이다. 작년 M&A땐 적정 가격이었다 치더라도 앞으로 몇 년간은 두드러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극적인 롯데의 판단이 옳았다는 평가도 있다.
신세계그룹에서 이베이코리아 M&A를 담당한 조직과 인력은 자리가 불편하지만 오판을 인정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의 논리적 근거를 마련했던 한 글로벌 컨설팅사 출신 임원은 총수 일가에 적극적으로 이베이코리아의 매력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는 이마트에 인수된 후 실적이 부진하지만 비싸게 인수한 인사들은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경영진에 이베이코리아가 좋은 회사라는 것을 강조하는데 분주한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