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분쟁은 2차 중재재판으로 이어져
법적 결론 나려면 길면 수년 걸릴 수도
커지는 양측 협상 테이블 앉아야 한다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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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교보생명 상장이 무산됐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간 경영권 분쟁이 원인이었다. 양측은 IPO 무산에 대해 상대방 책임을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다툼은 2차 중재재판으로 이어지면서 회사의 경영권 안정도 IPO도 당분간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 8일 한국거래소는 교보생명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에서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별도의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대주주인 신 회장과 2대 주주인 어피너티 컨소시엄 사이의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 분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주 간 분쟁으로 지배구조의 안정성이 낮다고 판단 되어 거래소의 상장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교보생명이 거래소에 상장심사를 진행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2018년부터 양측은 풋옵션의 유효성 및 가격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한 IPO가 거래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회사는 IPO 무산의 책임을 FI에 넘기는 모양새다. 교보생명은 “IPO를 진정성 있게 준비해왔지만 어피너티의 지속적인 방해로 결국 상장이 불발됐다”라며 “어피너티는 더 이상 무용한 법적 분쟁으로 IPO를 방해하지 말고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FI는 교보생명의 주장에 대해 ‘억지 주장’이란 입장이다. 주주간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IPO를 진행한 것은 어디까지나 보여주기 식이란 설명이다. 꾸준하게 IPO를 진행하자고 주장했을 때는 침묵하더니 주주간 분쟁이 터지고 시장 상황이 나빠진 상황에서 IPO를 진행하자는 건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재무적 투자자 관계자는 “IPO는 FI들이 누구보다 원하는 바다”라며 “다만 시기적으로 IPO가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를 FI 탓으로 돌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IPO 무산으로 양측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다 보니 법정공망만 길어지고 있다.
이런 갈등은 2차 중재재판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1차 중재재판에서 풋옵션의 유효성은 인정받았지만, 풋옵션 가격에 대해선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았다. FI들은 풋옵션 가격을 산정해 달라고 ICC에 2차 중재를 요청했다. 2차 중재재판에는 풋옵션 가격 산정을 놓고 법리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1차 중재재판에서 중요한 쟁점사항에 대해선 리뷰가 거친 만큼 2차 중재재판에는 풋옵션 가격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1차 중재와 달리 풋옵션 가격에 대해선 학자들의 법리 해석이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1차 중재재판에 2년여의 시간이 걸린만큼 2차 중재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재재판에서 결론이 나오더라도 이를 집행하기 위해선 또다시 국내 법원에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에도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양측의 갈등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른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양측이 법정 다툼보다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해당 이슈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라며 “협상 테이블에 앉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