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비율 핵심인데 티몬 높은 가치 인정받을지 미지수
PSA컨소시엄 동의도 변수…동참도 관망도 어려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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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티몬 대주주는 경영권 지분을 놓고 여러 시나리오를 고심 중이다. 싱가포르 이커머스 1위 사업자 큐텐(Qoo10)과 주식을 주고받는 방식도 거론된다. 당장의 회수 부담을 더는 장점이 있는데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작년에 투자자로 나선 PS얼라이언스 컨소시엄(이하 PSA컨소시엄)의 동의 여부가 변수다. 컨소시엄 입장에선 주식교환으로 티몬 경영권 주주가 바뀌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함께 주식 교환에 나서자니 출자자(LP)를 설득하기 쉽지 않고, 지금 상태를 유지하자니 티몬의 활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티몬 대주주들은 국내 자문사 도움을 받아 경영권 매각과 투자유치 등을 열어두고 원매자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티몬은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몬스터홀딩스)가 81.74%, PSA컨소시엄(티몬글로벌)이 16.91%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현재까진 큐텐이 가장 유력한 원매자로 꼽힌다. 큐텐은 2010년 지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와 이베이가 조인트벤처(JV) 형식으로 시작한 이커머스 기업이다. 구 대표는 2008년 지마켓을 이베이에 팔며 10년 경업(영업상 경쟁) 금지 계약을 맺었는데, 이 시한이 지나면서 국내로의 재진출을 꾀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작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참여한 바 있다.
티몬 대주주와 큐텐은 두 달 전부터 협상 테이블을 차렸는데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KKR과 앵커PE가 보유한 티몬 주식을 큐텐에 넘기고, 그 대가로 큐텐이 발행한 신주를 얻는 방식이다. 주식 교환이 이뤄지면 티몬은 큐텐의 자회사가 된다. 실상 티몬 경영권 거래지만 주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현금이 오가지는 않는다.
큐텐으로선 구영배 대표의 지분율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신주를 발행한 M&A를 추진하는 데 부담이 없다. 이베이코리아 때도 비슷한 인수 구조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 대주주들은 당장의 회수 부담은 피하면서 더 나은 회수 조건을 찾을 기회를 한번 더 얻게 된다. 티몬의 성장이 큐텐의 기업가치 상승에도 영향을 줄 것이니 티몬 대주주와 큐텐이 적극 협조할 수밖에 없다. 티몬도 이번 거래를 "전략적 제휴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있다.
교환비율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핵심이다. 현재 티몬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단계로 전해지는데 티몬 대주주가 목소리를 높이긴 쉽지 않다. 티몬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적자 지속, 매출 감소에 무산됐다. 올해 초부터 다시 매각으로 선회했는데 인수 의사를 보이는 곳이 사실상 큐텐이 유일한 만큼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티몬 대주주와 PSA컨소시엄이 주식교환 방식 거래에 뜻을 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PSA컨소시엄은 작년 티몬에 4000억원을 투자하려했으나 자금 모집에 애를 먹었고 결국 305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금 중 1000억원은 금융권에서 빌리고, 1600억원가량은 PS얼라이언스와 한 홍콩 기반 크레딧펀드가 조달했다. 나머지를 KKR과 앵커PE가 냈지만 실질적인 투자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있었다.
PSA컨소시엄은 KKR과 앵커PE를 믿고 티몬에 들어갔는데, 주식교환이 이뤄지면 논의의 상대방이 큐텐으로 갑자기 바뀌게 된다. 티몬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기존 주주가 아니라 일면식 없는 외국 회사에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러니 PSA컨소시엄이 이번 거래에 회의적일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티몬 대주주가 바뀌면서 기업가치가 갱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작년까지만 해도 티몬 기업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어 책정됐지만, 지금은 수천억원도 인정받기 쉽지 않다. PSA컨소시엄 입장에선 소수지분 가치가 더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달가울리 없다.
PSA컨소시엄은 대주주와 함께 이번 거래에 동참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함께 지분을 교환할 권리가 있는지는 불투명하지만 있더라도 행사하기 쉽지 않다. 투자 대상이 바뀌는 꼴이니 LP 동의를 얻어야 할텐데, 해외 기업의 소수 지분을 달가워할 곳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KKR-앵커PE-PSA컨소시엄 구도를 유지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 KKR과 앵커PE는 지금까지 티몬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데 인색했었고, 이커머스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어렵다. 이대로 있어선 이커머스 공룡과의 싸움에서 도태되는 속도만 빨라질 뿐이다.
이커머스 시장에 밝은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티몬 대주주 입장에선 당장은 협상력이 크지 않으니 추후 큐텐 주주로서 투자금 회수 기회를 기대하고 밸류에이션을 잠시 양보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의 유일한 투자 회수 방법이 '큐텐으로 넘어가 잘 되기만을 바라는 것'뿐이라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