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사업 의지는 확고…승계준비 포석 평도
매도 측 기대 매각가 6조원에 추가 투자비 3조 필요
그룹 신사업 전반 투자계획 多…인수여력에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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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4위 동박 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에 참여한 롯데는 인수전 완주가 가능할까. 내부에선 소재사업 확장 의지와 과점 경쟁을 위한 그룹 지원 의사도 시사하고 있다. 다만 높은 수준의 멀티플과 막대한 투자비용 등이 인수 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기대감은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이달 초 치러진 일진머티리얼즈 경영권 매각 예비입찰은 예상보다 한산했다. 당초 SK와 LG, 포스코 등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자들이 거론됐으나 대거 불참, 롯데그룹만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롯데케미칼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 외국계 전략적투자자(SI) 몇 곳이 숏리스트에 포함됐다.
롯데그룹은 배터리 소재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어 수조원 투자계획을 밝혀왔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2차전지 필수소재인 동박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대기업 화학사에 비해 전기차 시장 진입이 다소 늦었던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규모 M&A를 꾀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시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관련 고객사를 대거 꿰찰 수 있다는 점에서 밸류체인 확장도 인수 배경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초소재에 정통한 내부 고위 관계자는 "롯데는 그간 배터리 어셈블리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추정 수익률 또한 낮아 진출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소재는 해볼만한 영역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현재 전해액 생산 밸류체인을 갖고 있고 동박 시장도 이미 솔루스첨단소재를 통해 우회 진출해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일진머티리얼즈는 최근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기업집단 분류가 달라진 데 따른 부담이 있어 매물로 출회됐는데, 생산능력(CAPA) 경쟁하면서 과점을 만들어가려면 일진그룹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인수 후 CAPA 경쟁에 대한 그룹 지원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롯데는 올해 미국에 배터리 사업을 총괄하는 법인을 설립, 신동빈 회장 주도로 배터리 소재의 유럽·미국 생산기지 설립을 추진 중이다. 업계선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씨가 최근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로도 합류한 만큼 관련사업에 그룹이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보고있다. 신 회장도 롯데케미칼 합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한 바 있다.
롯데의 의지와 별개로 인수전 완주 여부에 있어선 기대감은 다소 엇갈린다. 롯데는 앞서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동박제조기업인 솔루스첨단소재에 3000억원을 투입했다. 더욱이 수조원 인수가에 맞먹는 추가 투자비용까지 예고돼 있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올인이 가능할지 의문이란 시선이 있어보인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는 지분 100% 가치로 6조원, 매각 대상 지분 가격으로 3조원 수준을 희망하고 있다. 이는 매각 절차 초기 시가로는 50%, 최근 시가 대비로는 두 배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진 금액이다. 높은 가격은 원매자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인수 이후 요구될 추가 설비투자(CAPEX) 부담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익산공장(2만톤)과 말레이시아공장(4만톤) 등을 보유한 일진머티리얼즈는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25만톤으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동박의 경우 1만톤당 투자비가 1500억원으로 전해지는데, 이에 따르면 2조1000억원의 투자가 더 필요할 수 있다. 여기에 경쟁사들의 증설에 따른 시장 지위 유지 투자금까지 고려하면 약 3조원의 자금이 추가 요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도 측에선 내달 중순 이전 클로징을 목표하고 있어 타임라인을 맞출 수 있는 안정적 자금력을 특히 우선해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가 인수 의지만큼 자금력이 뒷받침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전지소재뿐 아니라 수소 에너지·화학사업·리싸이클 등 다양한 사업에 조 단위 투자계획을 세워놨다. 차입금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일진머티리얼즈를 품에 안게 되더라도 당장은 목표한 매출 기준치에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전지사업 매출을 5조원까지 늘리겠다는 입장인데, 일진머티리얼즈의 매출은 아직 7000억원에 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