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유니콘 기업들 프리밸류 협상력↓
자금경색 장기화에 기관들 보수적 투자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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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토스(비바리퍼블리카)에 이어 발란과 부릉(메쉬코리아) 등 주요 기업들의 투자유치 협상력이 전보다 부치는 모습이다. 지분율과 관련이 높은 프리머니 밸류(Pre-money value·투자유치 전 기업가치)가 당초 기대했던 수준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투자시장 자금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유니콘 혹은 데카콘을 바라보는 유망 기업들도 영향을 피해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리밸류는 지분율 협상과 특히 관련이 있다. 프리밸류를 낮게 책정할수록 투자자 지분율은 높아지게 된다. 가령 5억원을 투자받고자 할 때 프리밸류가 10억원일 땐 투자자는 포스트머니 밸류(Post-money value·투자유치 후 기업가치) 15억원에 지분 33%를 가져가지만 프리밸류가 5억원일 땐 포스트밸류 10억원에 지분율이 50%까지 이르게 된다. 동일한 투자금이더라도 프리밸류에 따라 회사 대표의 지분율이 큰 차이가 벌어지는 셈이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이와 관련해 최근 주목을 받았다. 토스는 20일 3000억원 규모의 시리즈G브릿지 라운드를 마쳤다고 공시했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토스는 당초 프리밸류 8조5000억원에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조달을 목표로 포스트 밸류(Post-value) 9조~9조5000억원을 희망했다. 결과적으로는 프리밸류 8조2000억원에 3000억원을 조달, 8조5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직전 라운드가 있었던 작년 6월 포스트 밸류가 8조2000억원이었으니 소폭 오른 셈이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투자유치가 한창인 발란도 대표적 사례다. 발란은 이르면 이달 내로 시리즈C 라운드를 마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이달 초 한 공식석상에서 "기업가치는 8000억원 내외로 논의 중이며 투자유치 목표금액은 기존에 알려진 800억원에서 1000억원 사이가 될 것"이라 밝혔다. 최 대표는 국내외 유력 투자회사가 실사를 마쳤고 투자심의위원회를 여는 등 최종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고 밝혔다.
최 대표에 따르면 발란의 프리밸류는 7000억원대 수준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투자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최근 유력한 투자자와 프리밸류를 6000억원 전후 수준에서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빅3(머스트잇·트렌비·발란)' 가운데 최초로 사모펀드(PEF) 운용사 초청을 꾀하는 만큼 어느 정도 지분율을 양보했을 가능성이 있을 거란 평가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되는 곳이다. 메쉬코리아는 올초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문사로 선정해 올초부터 국내외 기관들과 투자유치 협상에 나서왔다. 10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신주 조달을 목표했으나 1월 내로 마치려 했던 숏리스트 선정이 상반기가 지나도록 지연되고 있다.
8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으로 프리밸류를 책정받아 유니콘 등극을 목표했지만 수익성과 오너 리스크에 대한 의구심을 끝내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외국계 투자자를 우선 협상 상대로 고려해왔지만 국내 전략적투자자(SI) 이외엔 메쉬코리아에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을 찾긴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유니콘 혹은 데카콘을 앞둔 유망 기업들의 이 같은 부침은 투자시장 자금 경색이 장기화하고 있는 배경과 연관이 크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으로선 장외 기업가치가 잇따라 하락하고 기관들도 돈줄이 막히면서 밸류에이션을 여유롭게 부르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기관으로서도 대체로 보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출자자들에 당장 괄목할 만한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를 설득할 명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