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 의심에 은행권 바짝 긴장…CEO까지 제재할까
사모펀드 사태 끝나지도 않았는데 은행 경영진 겹겹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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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규모 자금이 은행을 통해서 해외로 송금된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송금 규모만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은 국회에 출석해 "불법성이 명확하다"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표현했다. 해당 이슈가 은행 책임 문제로 불거질 경우 대규모 징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중소기업 등 무역 회사가 은행을 통해 해외로 송금한 외환거래 규모가 7조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뿐 아니라 KB국민은행, 하나은행까지 외환 거래가 이뤄진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해당 내용을 검찰, 국정원, 관세청 등과 공유하면서 조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해외 송금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시작으로 무역회사를 거쳐 은행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해당 거래가 일명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들어온 자금으로 보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높을 경우 시세 차익이 발생하는데 이를 노린 거래들이 활발했었다.
해외 송금 내역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규모의 자금인 3조원 규모가 홍콩으로 넘어갔다. 일본 5000억원, 미국 2600억원, 중국이 2000억원 정도였다. 금감원은 "송금을 처리한 은행들의 책임 여부 등은 금감원이 조사 중이고 자금의 성격이나 불법 여부 등이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금감원은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진행 상황을 브리핑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8일 국회에 참석해 "여러 불법 요소가 강하게 보이는 상황"이라며 "전 은행에 자체 조사를 요청했고 검사를 광범위하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강도 조사가 진행되면서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해당 사안이 은행 제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5월말 2000억원대 규모의 외환 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5000만원을 부과받았고, 해당 지점은 4개월 일부 업무 정지를 당한 바 있다.
지금의 분위기는 그때와 사뭇 다르다. 금감원을 필두로 검찰, 국정원까지 붙어서 해당 사안을 모니터링 했다. 해당 이슈가 은행의 내부통제 이슈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은행 내부통제 문제가 밝혀질 경우 내부통제 담당자인 은행의 부행장이 문책 당할 수 있다. 일련의 펀드 사태 등을 거치면서 내부통제를 CEO 직속으로 관리하게 함에 따라 경영진까지 해당 사안의 불똥이 튈 수 있다.
이미 대형 로펌에선 해당 사안이 가볍지 않다 보고 TF를 꾸리고 컨설팅 작업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이상 거래가 코인 거래가 활발하던 2018년까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조사가 진행될수록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과거 라임-옵티머스 사태 때 금융사 CEO들은 내부통제 문제로 무더기 징계를 받았던 전례가 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이미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TF를 꾸리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라며 “경영진까지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이미 몇몇 로펌은 해당 건에 대해 자문작업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