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시장 성장 느리고 정부 지원도 하락 추세
1위 업체라지만 중국 버스와 가격 경쟁 어려워질 듯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자동차 M&A 무산 여파로 매물로 나왔다. 전기차 사업에 주목한 대기업과 사모펀드(PEF)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전기버스 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크지 않고 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줄고 있다.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와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M&A 업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 매각 주관사 케이알앤파트너스는 잠재 원매자를 대상으로 투자 의향을 묻고 있다. 매각 규모나 구조는 유동적이지만 에너지솔루션즈(지분율 82.8%), 스마트솔루션즈(전 에디슨이브이, 10.8%) 등이 지분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작년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자금을 납입하지 못해 인수에 실패했다. 이에 참여한 스마트솔루션즈는 자금 조달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악화했고,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재무제표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아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스마트솔루션즈의 유동성 위기에 에디슨모터스가 매물로 나왔다.
작년 피라인모터스를 인수한 ST리더스PE가 인수 후보로 꼽힌다. 피라인모터스는 중국 전기버스 업체 하이거(HIGER)의 한국 총판사다. 국내 1위 에디슨모터스까지 더해지면 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하게 된다. 조단위 블라인드 PEF를 결성하고 있는 대형 운용사(GP)와 프로젝트펀드 위주로 사업하는 중소형 PEF들도 투자 기회를 살피고 있다.
매각자 측은 전략적투자자(SI)에도 투자 의향을 묻고 있는데 ESG 경영에 힘을 쏟는 SK그룹의 계열사도 에디슨모터스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한다면 친환경 에너지 생산부터 전기차 충전 사업까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무산 여파로 매물로 나왔지만 PEF와 대기업 등이 관심을 나타내며 매각 작업이 흥행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의 친환경 사업 이미지가 부각되며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데, 최종 매각 결과까지 만족스러울지는 미지수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가 친환경차 육성에 힘을 싣고 있는데 전기버스 시장의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다. 지방자치단체나 버스회사가 새로 계획하는 노선은 많지 않고, 전기버스 수요가 빠르게 느는 것도 아니다. 가장 시장이 큰 서울시만 해도 작년 한해 순증한 전기버스는 40대가량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줄고 있다. 환경부 지침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 한 버스모델(이와이버드, 272kWh)의 경우 2020년 국고보조금이 1억원이었지만 작년 8000만원, 올해는 7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보조금이 줄어들면 판매 실적도 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에디슨모터스의 매출은 2019~2021년 사이 809억원, 897억원, 816억원으로 횡보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6억원, 27억원, 11억원으로 줄었다.
중국 전기버스와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생산한 전기버스 가격은 중국 전기버스 수입 가격보다 1억원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생산 국가와 무관하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중국산 버스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국내 전기버스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이 오히려 외국산 버스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2019년 20%던 중국 전기버스 점유율은 2020년 30%를 훌쩍 넘었고, 작년엔 50% 수준까지 높아졌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중국 전기버스 회사도 2019년 4개사에서 작년 10곳 이상으로 늘었다. 에디슨모터스가 국내 전기버스 1위긴 하지만 이전까지 수원여객 등 몇몇 버스회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컸다. 단독으로는 중국 기업의 공세를 버티기 쉽지 않다.
에디슨모터스 투자를 검토중인 한 투자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나오는 전기버스 보조금은 줄어들고 중국산 버스의 점유율은 상승세라 에디슨모터스의 매출이 정체하고 있다” 며 “신규 노선은 많지 않고 국내 전기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도 많이 사라진 상황이라 투자 매력도가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