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계약으로 인한 이차역마진 부담 지속돼
'엎친 데 덮친 격' 영업 부진으로 작년 보험이익 적자
생보사 지지부진한 성장성은 '구조적' 문제 평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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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 금융사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지만 위상은 이전과 같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진한 실적에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신사업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다.
2일 증권가에 따르면 12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삼성생명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를 밑돌 것이란 예상이 점점 힘을 받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주식시장 악화 및 금리 급등에 따른 변액 보증준비금 적립 부담 발생으로 예상 지배 순이익이 2084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목표주가도 기준 8만원에서 7만3000원으로 낮춰잡았다.
문제는 삼성생명의 실적 부진이 일회적인 요인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 팔아놓은 고금리 계약으로 인한 이차역마진의 부담은 단시간 내 해소가 힘들다. 최근 금리 상승 추세라 이차 역마진이 다소 해소될 수는 있으나 수년째 이어온 저금리에 따른 영향이 있던 터라 단기간 내에 해소가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어도 과거에 팔아놓은 고금리 계약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라며 “상당 기간 해당 계약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영업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해당 문제는 비단 삼성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보험사들이 모두 처하고 있는 문제다. 한때는 3조원이 넘던 보험영업이익이 작년에는 65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 이후로 보험영업이익이 1조원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신계약 부진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올해 2분기 보장성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전년동기대비 소폭(8.6%)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에 대한 선호도가 이전과 같지 않고 특히 생명보험에서 판매하는 종신보험의 인기가 이전과 같지 않은 영향이 크다. 보험을 가입하더라도 손해보험에서 판매하는 건강보험 등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보험영업이 부진하다는 점이다”라며 “보험 가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마땅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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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자신의 전공 분야인 자산운용업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 이사회를 열고 영국계 글로벌 부동산기업인 세빌스(Savills plc) 계열 자산운용사인 세빌스투자운용의 지분 25%를 취득했다.
하지만 투자 금액도 1000억원 남짓이고, 2대 주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얼마나 현 상황에 타개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다 최근 금리 상승 기조 속에 부동산 투자에 대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당장 지난해 성과금에서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직원들보다도 못한 처우를 받았다. 삼성그룹은 연봉의 최대 50%까지 성과금을 지급하는데 삼성화재 직원들의 성과금이 삼성생명보다 더 많이 받은 걸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원을 넘으면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순이익은 다소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역성장했다. 삼성생명의 2021년 당기순이익은 1조5977억원으로 전년대비 1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조7010억원으로 집계되며 5% 감소했다. 이런 실적을 반영해서 성과금에서도 차이가 난 것으로 보인다.
한 삼성 금융사 직원은 “성과금에서도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밀리다 보니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저하되어 있다”라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란 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