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삼성카드 등 ESG 인증받고 CP 발행한 바 있어
실질적 효과는 기업대출과 유사…안정적 자금조달에 ESG 홍보도
-
신한은행이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업어음(CP) 시장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한화솔루션을 시작으로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까지 기업들이 신한은행과 손잡고 ESG CP를 발행했다. CP지만 사실상 신한은행이 대주로 기업에 투자하는 대출상품에 가까운 성격을 띠고 있는 분석이다. 기업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ESG 홍보 효과도 볼 수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 시장인 만큼 투자수요나 금리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오는 16일 만기 3개월의 ESG CP를 발행하기로 했다. 발행금액은 2000억원으로, 신한은행과 1년간 매입약정을 맺었다. 3개월마다 단위로 1년간 차환발행하는 것으로 사실상 1년물에 가깝다. 한국기업평가의 ESG 인증 평가를 받고 조달자금을 세운4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에 사용할 방침이다.
ESG CP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인데 신한은행이 시장 조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한화솔루션은 국내 최초로 600억원 규모로 ESG CP를 발행했는데, 만기는 28일물로 신한은행과 약정을 통해 3년간 3개월 주기로 차환 발행된다. 뒤이어 삼성카드와 ㈜한화도 각각 1000억원 규모로 ESG CP를 발행했다. 약정 기관은 모두 신한은행이다.
금융상품은 CP지만 자금조달 효과는 ‘기업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CP 상품 고유의 성격을 띠지만 초기 단계인 탓에 발행과정에서 기관 투자수요를 담보하기 쉽지 않아 사실상 신한은행이 대주(貸株)격으로 기업에 자금을 대고 있어서다. 신한은행이 ESG CP를 시장에 유통할 수도 있지만 일반 채권과 달리 한국예탁결제원의 코드가 없어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ESG CP 시장을 찾는 이유는 홍보효과가 가장 크다. 기업대출을 받아도 되지만 기업대출은 기업과 은행만 아는 거래고, 시장성이 있는 ESG CP를 발행하면 신용평가사에 인증도 받고 ESG 실천에 앞장서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ESG가 큰 화두로 떠오르는 만큼, 기업들도 ESG 실천을 잘하고 있는 기업임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ESG 시장을 조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시장 형성단계인 데다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발행과정에서 신용평가사에 ESG 인증 비용도 지불해야 하는 데다, 금리 메리트가 크지 않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전만큼 ESG에 대한 투자수요도 크게 준 점도 부담이다. 지난 5월 ㈜한화가 발행했을 때만 해도 관심을 보이는 몇몇 운용사가 있었지만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그 관심마저 사그라들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실 시장에서 (ESG CP보다) 더 싸게 조달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무조건 더 싸게 조달하기보다는 일정기간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싶어 하는 곳들도 있다”며 “ESG CP는 시장금리보다 다소 높게 적용돼도 1~3년 약정기간엔 적어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발행사에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