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 원가 인상까지 겹쳐 이익 줄어
SK온, 유일하게 영업손실…연말까지 손익분기점 달성 가능?
하반기에도 업황 불확실성 지속…매년 조단위 투자 부담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하반기 업황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매년 조단위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단행하고 있는 2차전지 업체들의 투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NICE신용평가는 '이차전지·이차전지소재 2022년 2분기 실적 점검' 리포트를 발간하고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하반기 사업 전망을 밝혔다. 원가 상승 등으로 국내 2차전지 생산 업체들의 이익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하반기에도 업황 불확실성이 높아 작년까지 지속된 높은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가능성,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유럽 각국은 전기차 보조금 축소를 잇따라 발표하며 전기차 확대를 속도를 늦추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민간 주도 성장을 촉진하는 모습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수급 이슈와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 감소 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기차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경기에 따른 수요 리스크가 커지는 모습이다. NICE신평은 "과거 전기차 수요는 경기 변동의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는데 이는 가격 탄력성이 낮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가 곧 mass market(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상품)에 접어듦에 따라 수요 결정 요소가 달라지게 된다. 경기침체로 인한 판매량 감소 등 전방산업 수요 성장이 둔화될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2차전지 업체들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상반기 국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상반기 점유율 합계는 26%로 전년 동기 대비 9% 줄어들었다. 양극재 종류를 기준으로 중국계 업체들의 LFP 배터리 채용 비중이 33%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늘어나며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경쟁 심화 속에서 올해 2분기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이익 규모는 줄었다. 원가 인상 및 중국 락다운 등으로 영업환경마저 비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LG엔솔은 중국 코로나 봉쇄 조치와 글로벌 물류대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1956억원)이 73%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수령한 라이선스 대가를 제외하면 21.8% 줄어든 수준이다.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SK온은 영업손실폭이 대폭 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 동력비 증가 등으로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7% 늘어난 326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매년 조 단위에 이르는 설비 투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2차전지는 성장성이 높기 때문에 설비 확대가 지속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아울러 비용이 높은 원재료 가격 통제를 위해서 업스트림 투자까지도 요구된다. 그럼에도 마진율은 높지 않아 이익 규모 대비 높은 투자비를 감당해야한단 분석이다.
NICE신평은 2차전지 관련 업체들의 이익 창출 규모와 투자 확대 추이, 관련 자금 조달 방안 등에 대해 지속 모니터링 한다는 방침이다. 이익 규모의 증가세 대비 설비투자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만큼 재무 안정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