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경쟁력 약한 중형사, 부동산 익스포져 양적 리스크 높아
금리급등에 단기금융시장 위축 시, 유동성 리스크 확대 위험
주요 모니터링 지표서 메리츠, 현대차, 다올證 등 임계수치 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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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동성 축소와 경기 부진 우려로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던 증권사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부동산 IB 부문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던 중형 증권사일수록 위험도가 높다는 지적이다.
10일 국내 신용평가사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부동산 익스포져, 증권사 신용위험 뇌관이 될 것인가' 웹세미나를 개최하고 증권사 부동산 금융 리스크를 점검했다. 이예리 나신평 선임연구원은 “2022년 들어 유동성 축소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이 국내외 부동산 경기 하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주택경기지표는 수요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나 가격이 급등한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하강 신호를 보인다"며 "미국 맨해튼 지역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았던 핵심 지역에서도 부실이 발생하며 해외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도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나신평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분석한 국내 24개 증권사의 부동산PF 우발부채와 대출채권, 부동산펀드, 지분증권 등 전체 부동산 익스포져 규모는 자기자본의 68% 수준이다. 나신평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져 비중이 100%를 초과하면 위험한 상태로 분류했는데, 그 비중이 중형사가 71%로 가장 높았고 초대형사 70%, 대형사 62% 순이었다.
중형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업경쟁력이 낮아 국내PF 사업장 주관권 확보를 위한 우발부채(56%), 대출채권(7%), 사모형태(6%)의 익스포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대형사의 경우, 부동산 펀드 형태로 해외 부동산 익스포져가 20%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3월말 기준 부동산 익스포져 비중이 임계수치(100%)를 초과해 리스크가 높은 증권사는 초대형사 메리츠증권, 대형사 현대차증권, 중형사 다올투자증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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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나이스신용평가)
고위험 지역 및 투자 물건 비중이 높은 곳은 초대형사(44%)로,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은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 뒤를 이어 대형사 31%, 중형사 21%이었는데, 중형사의 경우 국내 4개 위험지역(대구, 세종, 대전, 부산) 주택 비중과 비수도권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각각 8%로 가장 높았다.
자금회수 리스크가 높은 초기 사업단계 투자 비중과 중·후순위 투자 비중이 높은 곳도 중형사(36%)로 나타났다. 계약금대출이나 브릿지론 등 사업 초기단계에는 토지매입이나 인허가 리스크에 노출되고 부동산 경기 저하 시, 본PF 자금 조달 실패로 자금회수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증권사의 부동산PF 수주 경쟁 심화로 주관수수료 및 시행이익 확보를 위해 수주역량이 열위한 중형사들이 사업 초기단계 익스포져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2년 3월말 기준 사업 초기단계 익스포져 비중이 높은 증권사는 BNK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으로 브릿지론 비중 임계수치 35%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후순위 투자의 경우 부실발생 시 선순위보다 회수가능성이 낮은데, 지금처럼 금리상승기와 경기둔화가 맞물리면 분양률 저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자본여력과 영업력이 비교적 낮은 중·대형사 위주로 리스크가 높은 중·후순위 투자 영업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나신평은 중·후순위 비중이 75%를 초과할 경우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했는데, 2022년 3월말 기준 이를 초과한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현대차증권으로 분석됐다.
분양률이 미달된 사업장 비중은 중·대형사가 각각 10%로 초대형사(7%)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분양이 부진한 사업장의 경우, 할인분양이나 추가조달 등을 통해야만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여 부동산 경기가 저하될 경우 자금회수 가능성이 크게 저하된다. 국내 고위험 지역 및 물건 비중이 높은 중·대형사가 분양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TV 비중이 높은 사업장에 투자한 곳도 중형사가 37%로 가장 높고 대형사(28%), 초대형사(16%)인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가치 대비 대출비중이 높을수록 투자자금 회수리스크가 상승하고 자산가치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중·대형사가 위험도가 높은 프로젝트(LTV 70% 이상)를 수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만큼, 단기금융시장이 위축 또는 경색되면 증권사의 유동성 위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금리환경에 민감한 단기부채 조달 비중이 높으나 부동산 대출 등의 투자자금 회수 기간은 상대적으로 길고, 증권사가 신용 보강을 제공한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의 차환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저축은행 PF 대출 연체율이 2009년말 10.4%에서 2010년 9월 말 25.5%로 급격하게 증가했던 것처럼 부동산 경기 저하 시 자산건전성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며 "증권업 전반적으로 수익 창출 능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부동산 익스포져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