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보증 대부분 매입확약…증권사가 상환해야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 전년동기대비 670%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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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을 상회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PF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채무보증액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서다. 대형 투자은행(IB)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채무보증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의 올1분기 채무보증 규모는 전년동기대비 5.22% 증가한 44조8248억원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기조·부동산 시장 호황과 맞물려 국내 증권사들이 채무보증액 규모를 키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요 증권사들의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 2020년 기준 38조7606억원, 2021년 42조6002억원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초대형IB 5곳(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중 채무보증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국투자증권이었다. 올 1분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채무보증 규모는 4조6397억원에 이른다. 초대형IB 5곳의 채무보증 규모는 전체 채무보증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투자증권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의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 2020년에 집계된 3조5529억원보다 30% 가량 증가했다. 이는 업계 채무보증 규모가 가장 큰 메리츠 증권의 증가폭을 넘어선다.
문제는 증권사 채무보증의 대부분을 부동산PF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증권사의 채무보증 대부분은 매입 확약 방식이다. 시행사가 대출을 못 갚는 경우 증권사가 이를 상환하거나 매입함으로써 책임을 져야 한다. 기초자산에 부실이 발생하면 증권사가 그대로 떠안아야 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한국투자증권은 매입확약 비중은 전체 채무보증의 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기준 채무보증 규모 4조6397억원에서 매입확약 규모가 4조3853억원으로 집계되면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투자증권이 부동산PF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두고 시장에선 대외환경 악화로 인한 자산부실화 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은행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을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NCR은 전년동기대비 670% 감소한 440%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공격적으로 부동산PF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업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시행사부지 매입단계인 브릿지론에도 과감한 투자를 해왔다 "라며 "지방에서부터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투자증권이 물려있다는 소식이 알음알음 들려오고 있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부동산 개발 사업을 키우기 위해 PI(자기자본투자) 한도를 4000억원대까지 늘리기도 했다. 부동산금융 호실적을 바탕으로 시행사 부지 매입단계부터 초기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측은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 맞춰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