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설레는 금융권, 말 아끼는 금융당국
입력 2022.08.18 07:00
    취재노트
    금융권, 금산분리 규제 완화 조짐에 신사업 진출 준비
    M&A 통한 비금융업 진출 법무 자문 늘어나는 추세
    다만 금융당국 실무진들 사이에선 진척 사항 없다 평가
    금융규제혁신회의 참여한 인사도 말 아끼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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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금융권이 반색하는 분위기다. 비금융 신사업에 대한 법적 허들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형 법무법인에도 자문이 늘고 있다. 반면 한편에선 '금융의 BTS'까지 호언한 금융당국이 그에 걸맞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아 규제 완화가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19일, 금융위원회는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첫 번째 혁신과제라고 발표했다. 현재 은행은 비금융업종 회사의 경우 15% 이내 지분투자만 가능하다. 비대면 서비스 제고를 위해 IT 기업을 인수하고 싶어도 현행 은행법상 포기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게다가 부수 업무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을 할 수도 없다. KB국민은행이 하는 알뜰폰 사업이나 신한은행의 음식 배달 서비스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투자 범위부터 우선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범위와 부수 업무 범위 확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는 현행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허용 기준에 업무 관련성 외에 '효율성'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비금융 신사업 진출 장벽을 허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금융업종 신사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대형 법무법인에 관련 자문을 요청하는 일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 대형 법무법인의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비금융업종 신사업을 준비하려는 금융사로부터 자문이 꽤 들어온다. M&A(인수·합병)를 통해 신사업 진출을 생각하는 곳이 많은데 규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사업 전망과 관련된 검토가 많다"고 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그간 축적해놓은 금융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통신 사업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이미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하나은행은 최근 SK텔레콤과 4000억원에 이르는 지분스와프를 결정,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행보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관련 법 개정안을 위한 금융규제혁신회의가 진행 중이지만 실무진들 사이에선 진척 사항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전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발표했지만, 알아보면 법 개정을 위한 준비 등 진행 상황이 없어 오히려 당황스럽다. 금융당국은 물론 규제혁신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금산분리를 위한 법 개정의 키를 국회가 쥐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에서 소극적인 분위기도 남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비금융회사 투자 제한은 결국 은행법 개정을 통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9년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행정지도로서 법적 구속력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