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자산, 세컨더리 등 분야 투자금액 확대
프로젝트펀드로 그로쓰, 세컨더리 분야 출자
사모대출 분야 출자도 대폭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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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사모대체투자 부문의 투자처가 점진적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경영권을 수반한 거래(바이아웃)가 여전히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성장형투자(그로쓰캐피탈, Growth Capital), 중수익·중위험 투자(메자닌, Mezzanin), 부실자산(디스트레스드, Distressed), 손 바뀜 거래(세컨더리, Secondary) 등의 투자처에 대한 투자금액과 비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민연금의 사모대체부문 전략별 투자현황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의 지난해 말 사모분야 총 투자금액은 37조519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말(29조3748억원)에 비해 7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헤지펀드 투자금액은 약 2조9763억원으로, 대부분 자산은 사모부문에 투자했다.
사모대체 블라인드펀드 부문에선 바이아웃 투자가 57.7%(약 16조4251억원)으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했고, 디스트레스드(2조871억원), 사모대출(Private Debt, 1조9499억원)이 뒤를 이었다. 프로젝트펀드 출자는 바이아웃과 디스트레스드, 메자닌 분야의 순으로 투자금액이 많았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기준 프로젝트펀드를 통한 출자가 없었던 그로쓰, 디스트레스드, 세컨더리 분야의 출자가 진행됐단 점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그로쓰분야 947억원, 디스트레스드 3089억원, 세컨더리분야 833억원 등을 출자했다. 전체 투자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블라인드펀드 부문에서도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금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투자처를 다변화하겠단 방향성이 비교적 명확해 진 것으로 풀이된다.
블라인드펀드의 디스트레스드 투자는 2019년 1조2638억원에서 지난해 2조871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세컨더리(1조429억원→1조4667억원), 벤처캐피탈(VC, 8568억원→1조2909억원) 등의 투자금이 증가했다. 특히 2019년 1360억원 수준이던 블라인드펀드를 통한 사모대출분야의 투자는 1360억원에서 1조9499억원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투자처 다변화는 비단 국민연금 및 출자기관(LP)들의 움직임만은 아니다.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에선 대형사를 중심으로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 크레딧펀드 등을 결성이 잇따르며 전통적인 바이아웃거래에 국한한 투자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각 운용사별로 구사하는 전략과 이에따른 목표 수익률은 다르지만 일부 운용사들은 바이아웃 거래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운용사들과 LP들 사이에선 세컨더리와 사모대출 분야의 출자가 이미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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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지난해 사모투자 담당 조직을 개편해 새로운 출자 전략을 구사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국민연금의 사모대체투자는 사모·벤처투자실에서 주도하는데 과거엔 아시아·유럽·미주 등 지역으로 구분한 3개의 팀이 존재했으나 대체전략투자팀을 신설해 4개의 팀 체재로 재편했다. 대체전략투자팀은 지분투자, 사모대출, 세컨더리 전략 등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자본시장법의 개정으로 인해 투자처 다변화를 위한 정책적 배경도 마련됐다. 기존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바이아웃 거래 또는 지분투자의 경우 이사선임 등을 의무화하는 조항으로 인한 투자처에 제한이 있었으나 이를 개편한 법 개정으로 인해 기업대출을 포함한 투자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게 됐다.
사모대체분야 외에도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국민연금의 투자처 다변화는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연금은 올해 주식과 채권, 통화와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할 수 있는 멀티에셋 운용사를 3곳(모건스탠리, 블랙록, 올스프링)을 선정해 총 1조7847억원을 출자했다.
과학기술인공제회, 교직원공제회, 노란우산공제회 등 국내 주요 출자기관들은 이미 수 년전부터 멀티에셋분야 출자를 진행해왔으나 국민연금의 해당 분야 출자는 올해가 처음이다. 이는 주식시장의 침체, 급격한 금리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유연한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방어하겠단 목표로 풀이된다.
PEF 운용사들의 투자처 다변화는 가속화하고, 국민연금 또한 다양한 분야의 투자 기회를 옅보면서 국내 주요 출자기관들에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한 주요 출자기관 임원급 인사는 "전세계적으로 대체투자분야에 버블 붕괴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투자 방식을 다각화 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이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최우선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