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비 지방은행 취약업종 여신 비중 높아
한계차주 부실 현실화 시, 신용등급 하방압력 높아
일부 지방은행 건설·부동산업 여신에 대한 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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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로나 피해업종에 대한 금융지원 조치 만료를 앞두고 한계차주의 여신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와 실물경제 간 괴리가 드러나면서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여신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내 신용평가사 NICE신용평가(나신평)은 ‘코로나19 이후 2년, 은행권 금융지원 리스크 변화 재점검’ 웹세미나를 개최하고 코로나 금융지원 조치 이후, 은행권 여신 리스크를 점검했다. 지형삼 나신평 연구원은 “2020년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고자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가 시행됐다”며 “9월말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한계차주 여신 부실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나신평이 올해 3월 말 전체은행 취약업종별 여신 비중 추이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 전후를 비교하면 지난 2년간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 총여신 취약업종 비중은 21.8%에서 2022년 3월 말 기준 22.1%으로 소폭 늘어났다. 다만, 시중은행 대비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총여신 취약업종비중은 18.5%로 업계 평균(22.1%)을 하회한 반면,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은 각각 27.9%, 27%로 업계 평균을 상회했다. 나신평은 특수은행은 특별법 상, 결손금 발생 시 정부가 보전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리스크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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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경남은행과 대구은행, 부산은행의 취약업종 여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 연구원은 “지방은행은 지방경기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데 경남, 대구, 부산은행은 주요 영업지역 총생산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특성이 있다”며 “영남지역을 거점으로 둔 주요 제조업종이 취약업종으로 분류되면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경남은행의 취약업종 여신 비중은 2022년 3월 말 기준 33.43%로 지방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계·금속제조업, 자동차제조업을 제외한 7개 취약업종의 여신 비중이 코로나 이전보다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약업종 중 숙박업과 소매업종에서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대구은행의 경우, 취약업종 여신 규모는 2022년 3월말 기준 15조7600억원, 취약업종 여신 비중은 32%로 지방은행 중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도매업, 운수·창고업을 제외한 7개 취약업종에서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여신 비중을 기록했다. 대구은행 역시 숙박업과 음식업, 여행레저업에서 여신비중이 크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은행의 취약업종 여신 규모는 2022년 3월말 기준 15조8000억원으로 지방은행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취약업종 여신 비중도 29.61%로 높은 편에 속했다. 자동차제조업을 제외한 8개 취약업종의 여신비중이 업계 평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신평은 숙박업과 소매업, 음식점업에서 큰 상승 폭을 보여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취약업종의 요주의이하여신 규모도 점검했는데, 코로나로 실물경제에 타격을 입은 것과 은행의 건전성 지표와는 괴리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 연구원은 “전체은행의 취약업종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2022년 3월 말 기준 1.3% 수준으로 2019년 말(2.3%) 대비 개선됐다”며 “섬유화학제조업과 숙박업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할만 하다”고 말했다.
나신평은 취약업종 요주의이하여신 규모도 지방은행 중심으로 리스크를 점검했다. 경남은행과 대구은행, 부산은행은 모두 취약업종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코로나 이전과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일부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은행은 운수·창고업, 여행레저업, 섬유화학제조업 위주, 대구은행은 자동차제조업, 숙박업, 섬유화학제조업 위주, 부산은행은 자동차제조업 위주로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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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빠르게 상승하면서 금리민감업종인 건설업과 부동산업에 대한 여신 비중도 점검했다. 시중은행은 총 여신 내 건설업 여신 비중이 업계 평균(1.7%)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방은행 5곳 모두 건설업 여신 비중이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3월 말 광주은행의 건설업 여신 비중은 4.3%로 전체 은행 중 가장 높았고 대구은행은 2019년 말 대비 건설업종 여신 비중이 69.5% 늘었다. 지 연구원은 “두 은행은 건설경기 침체시 자산건전성 저하 리스크가 타 은행 대비 확대될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업에서는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부산은행의 부동산업 여신 리스크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체 은행별 부동산업 여신 비중을 살펴보면 15개 중 10개 은행이 업계 평균(11.6%)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수은행 제외 시 전북은행(25.4%), 광주은행(23.9%), 부산은행(20.2%), 대구은행(15.1%) 순으로 부동산업 여신 비중이 높았다. 나신평은 부동산 경기 침체시 수도권보다 지방의 침체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지방은행 3곳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다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금융지원 종료가 본격화되면 취약차주 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취약업종 리스크 추이, 금리민감업종 등을 고려해 은행권 신용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