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정수' 계열사, 내부 반발에 좌초
10월 예정된 국정감사, 또 다른 가시적 성과 만들어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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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핵심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이번 매각 추진은 다가올 국정감사에 앞서 골목상권 침해 의혹 해소 의지를 내보일 결정적 전략이었지만 거센 내부 반발에 최종 좌초됐다. 카카오로선 '사회적 책임' 명분의 주력 계열사 매각 카드를 다시 꺼내기 모호해진 입장이 됐다. 국감장에 들고 갈 또 다른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카카오는 18일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주구성 변경을 검토해왔으나 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노사 협의체와의 논의를 바탕으로 매각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최대주주 카카오(57.5%)는 그간 MBK파트너스와 매각 논의를 진행해 왔다. 완전매각이 아닌 10%대 지분 매각으로 2대주주로 남는 안을 검토, 법무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협상도 상당 부분 진전시켰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계속된 계열사 임직원들과 노조의 거센 반발 벽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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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결정부터 철회까지 여러모로 시끄러웠던 두 달이었다. 사회적 책임을 위해 2대주주로 남겠다고 했다가, 매각을 결정한 바 없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한 메시지를 내왔던 카카오는 매각의 진정성이 흔들릴 수 있는 시점에 결국 "최종 철회"를 말했다. 두 달간 거듭된 입장 번복은 시장에 혼선을 줬고, 각 이해관계자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본사와 계열사 간 '따로 논다'는 인상을 남겼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은 질타를 받으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정수'로 떠오른 계열사다. 택시·대리운전업계의 비판과 이를 의식한 정치권 규제 등 예기치 못한 리스크로 김범수 창업자는 국감장에 세 번이나 출석했다. 출범 때부터 크고 작은 논란을 빚었던 카카오모빌리티를 빼놓고선 계열사 축소 성과를 얘기할 수 없다.
지분 매각 계획은 올해 국감에 앞서 의혹 해소에 대한 의지를 내보일 수 있는 결정적인 전략이었다. 그룹 알짜 사업의 통매각은 부담스러우니 카카오와의 연결고리는 남기면서도 계열사에선 제외시킬 묘수가 '지분 40%대 2대주주'였던 셈이다.
지난달 매각 배경에 대한 배재현 투자거버넌스 총괄과 김성수 이사회 의장의 발언으로도 카카오의 의도가 드러났던 바 있다.
배재현 투자총괄 "지난 국정감사 이후 카카오모빌리티 사명에서 카카오를 제외하는 방안, 계열사에서 분리에 대한 검토도 했었다. 카카오라는 메신저 플랫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회사가 택시·대리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에 대한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 있다보니 지분조정이 불가피했다"
김성수 이사회 의장 "메신저 회사인 카카오가 택시·대리·주차를 하느냐는 외부의 공격이 많은 상황이다. 카카오 입장에서 경영권을 놓는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성장을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다"
전사적으로 국감 대비에 전념하고 있던 시점에 카카오로선 대형 변수를 맞이한 셈이 됐다. 국감장에 들고 갈 새로운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웃돈을 주면 택시를 빨리 잡을 수 있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했고 택시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를 인하 및 상생 협의체 구성 등 적극성을 보였다. 그럼에도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악재는 계속됐다. 지난 2월엔 국내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를 점유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콜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서울시의 발표가 있었고,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이에 발맞춰 제재 절차 진행 의사를 표했다.
첫 단추부터 구성원 반발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는데 다음 작업들도 줄줄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 사상 처음으로 노조의 단체 행동이 이뤄질 만큼 노사 갈등이 심화했으니 또다른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여론이 염려스럽다.
이제 와 다른 계열사 추가 매각 카드를 꺼내들기엔 '사회적 책임'이란 명분도 힘을 얻기 어렵다. "대주주를 바꾸는 게 문제의 핵심이 아니고 사업의 사회적 공존과 성장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라는 카카오 노조의 입장도 이와 맞닿아 있다.
올초 공언했던 '대규모 계열사 축소' 성과도 아쉬운 면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와 전자공시시스템을 취합해 분석한 결과 카카오는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계열사 27여곳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규편입까지 고려하면 계열사 수는 여전히 총 134개로,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던 연초(138개)와 비교해 큰 변동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