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수급 약화 우려 커진 시장, 컬리 상장 실기 논란
3분기 실적으로 공모가 산정할 듯…현재로선 몸값 1兆대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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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장 예비심사(이하 예심) 통과로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의 상장 계획에 5개월 만에 청신호가 커졌다. 그러나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국인 수급 약화가 예상되는 까닭에 상장 종목들의 상장 직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긴 더욱 어려워졌다고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은 입을 모은다.
'컬리에라도 투자해야지'라는 업계 분위기가 1년 만에 '컬리여도 부담된다'로 전환된 배경이다.
컬리의 상장을 돕는 주관사들의 상장 의지는 매우 큰 것으로 전해진다. 컬리 후속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투자금회수(엑시트)에 대한 불안감을 상당히 호소해서다. 다만 컬리의 기업가치가 1조~1조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컬리 주주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모가를 맞춰 내놓고, 이를 시장에게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22일 컬리는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심을 통과했다. 지난 3월 예심 신청을 한 지 5개월 만의 소식이다. 그간 컬리는 10%도 되지 않는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에 대한 거래소의 지적에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의무보유(락업) 확약서를 받는 등의 노력을 이어왔다.
컬리가 밟을 다음 단계는 '기관 대상 수요예측'이다. 컬리의 예심 통과 여부에 반신반의(半信半疑)했던 벤처캐피탈(VC)업계 관계자들은 "컬리의 다소 부진한 펀더멘탈에도 심사를 통과시킨다는 것은 이후 기관 대상 수요예측 단계에서 알아서 상장 성패가 갈리도록 하려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컬리의 기관 대상 수요예측이 녹록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란 우려가 일찍이 제기된 셈이다.
올초부터 증시가 하락하며 기관들의 투심이 저하된 데 더해 최근엔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장중 1340원을 뚫고 치솟은 것은 부담이다. 외국인 수급 하락도 우려 요인 중 하나가 돼서다. 물론 환율 상승 이후 외국인 수급 이탈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진 않았으나, 상장 후 주가 상승을 뒷받침해줄 유동성이 부족할 거란 판단 근거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니콘 기업으로서 코스피에 이름을 올린 쏘카 마저도 상장 이후 첫날 공모가 아래로 주가가 꺾였다. 물론 일각에선 "생각했던 것보다는 주가가 덜 떨어졌다"라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유니콘 기업으로서는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짙다. 유사한 함의를 가진 컬리의 상장도 쏘카의 전철을 밟을지 여부에 부담감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컬리라도 담아야 한다'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컬리도 투자하기 부담스럽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라며 "매크로 환경만 본다면 투심이 많이 낮은 상황이긴 하나 기관 대상 IR을 돌며 어떻게 기관들을 설득할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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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회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지가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당장 매출은 나오지만 영업이익은 나지 않는 상황인 까닭에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의 마지막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거론되는 예상 기업가치가 크게 줄어든 것은 뼈아프다. 일단 장외 주가가 불과 4개월 만에 10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업계에서는 컬리의 적정 몸값을 1조원~1조5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천50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면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4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컬리는 상장 속도조절에 나섰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3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산정할 계획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컬리가 3분기에는 개선된 실적을 선보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장외주가가 반절 꺾인 상태긴 하지만,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산정할 것"이라며 "후속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초기 투자자들보다 실현할 차익이 크지 않아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모가를 내놓고, 이를 시장에 설득하는 것이 기관 대상 수요예측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