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지분 투자로 조달…적격상장 등 5.5% 수익률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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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상장전투자유치(프리 IPO)에 참여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별도의 차입금을 활용하지 않고 최대 2조원에 달하는 지분투자금(Equity)을 마련한다. 성장성이 큰 회사에 낮은 기업가치로 투자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보장된 수익률이 5.5%라는 점은 아쉽다는 시각도 있다.
이달 SK온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스텔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프리 IPO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SK온은 당초 글로벌 PEF 자금을 우선적으로 받고, 그 조건에 맞춰 국내 컨소시엄 자금도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고 글로벌 PEF들의 투자 행보도 위축되면서 국내 투자자와 먼저 손을 잡았다.
SK온은 국내와 해외 투자를 합쳐 2조~4조원을 조달할 계획인데 국내 컨소시엄은 그중 절반인 1조~2조원을 부담한다. SK온 기업가치는 22조원 수준으로 평가됐는데, 이를 감안하면 국내 컨소시엄이 가져갈 지분은 4~8%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컨소시엄은 SK온 전환우선주(CPS)를 인수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MOU 체결 이후 본격적으로 투자자 유치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인수금융을 활용하지 않고 전량 지분투자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차입 금리가 올랐고, 대주단 구성 가능성도 어려워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주선 기회를 물색했던 대형 금융사들은 지분 투자 가능성만 검토하고 있다.
SK온과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컨소시엄에 소수지분 투자에서 활용되는 각종 회수 안전장치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온이 5년 안에 일정 수익률 기준을 충족해 상장(Q-IPO)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SK이노베이션의 SK온 보유지분까지 묶어팔 권리(Drag along)를 행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경우 콜옵션을 행사해 투자자 지분을 사올 수 있다. 적격상장 기준과, 콜옵션 행사 시 투자자에 보장할 수익률 모두 5.5%로 알려졌다. 국내 컨소시엄은 최소 5.5%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SK온은 당초 기업가치 30조~40조원을 바랐으나 눈높이를 낮췄다. 투자자 입장에선 낮은 기업가치에 투자하니 보장수익률 이상의 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커졌다. SK온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곧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전기차 제조사와 공급 계약을 먼저 맺기 때문에 투자 위험성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한 금융사 임원은 “SK온은 글로벌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확정하고 설비를 늘리는 데다 앞으로 수년간은 전기차 중심 성장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투자 위험성이 낮다”고 말했다.
SK그룹의 보장 조건이 다소 아쉽다는 시각은 있다. 유망 산업에 싸게 들어갈 좋은 기회긴 하지만 최근 금리 상승과 국내 금융시장 불안을 감안하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SK온 프리 IPO에서 투자자에 보장된 조건은 2018년 11번가(3.5%)와 2020년 SK브로드밴드 합병법인(3.5%)보다는 높지만, 작년 SK루브리컨츠(5.7%)와 SK E&S(7.5%)보다는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