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피투자사…쿠팡 '연내 흑자' 야놀자 'IPO 강행'
국내 대형 VC들이 소프트뱅크 공백 메우려면 시일 걸릴 듯
"내년 1분기 밸류에이션 더 낮아진다"…투자 관망세 지속 여파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교육 솔루션 스타트업 뤼이드(Riiid)에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근래에 출시한 제품들이 이렇다 할 시장의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데다 든든한 지원군인 소프트뱅크의 후속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약 1조원에 이르는 몸값에 맞는 합당한 외형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사업역량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투자업계 큰 손인 소프트뱅크그룹(SBG)은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지난 8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비전펀드의 신규 투자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산하 펀드를 통해 해외 테크 스타트업 등에 다수 투자했지만, 주식 시황 부진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격이 대폭 하락한 탓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올해 2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적자(약30조원)를 내며 알리바바 지분 매각 등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던 소프트뱅크그룹의 부재로 VC 업계에는 투자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간 국내 VC들의 투자 규모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단위로, 지속해서 높아졌음에도 소프트뱅크처럼 수천억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는 손에 꼽는다.
조바심이 커진 것은 그동안 소프트뱅크그룹으부터 투자를 유치한 벤처기업들이다. 후속 투자를 기대하기 힘들어진 것은 물론 투자금 회수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도 커졌다. '각자도생'해야 하면서 각 사의 사업역량이 시험대 위에 오른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던 쿠팡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연내 흑자전환 계획을 밝혔다. 쿠팡 지분이 잠재적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경제적 자립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숙박 플랫폼인 야놀자도 소프트뱅크 등 주요 주주의 투자금 회수 요구에 업황 악화에도 기업공개(IPO)를 강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대형 VC들이 소프트뱅크의 공백을 메우는 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증시 부진으로 대형 VC들도 규모가 비교적 큰 후기 투자라운드의 투자를 줄이고 있어서다.
VC가 투자한 회사의 지분을 싸게 매입하는 세컨더리(Secondary) 거래 역시 아직은 신중히 결정하는 분위기다. 내년 초까지 밸류에이션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시선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 대형 VC 관계자는 "최근 주주들의 구주 매각이 늘고 있는데 아직은 밸류에이션 조정이 덜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더 낮아지지 않겠냐라고들 말한다"라며 "매도자가 원한다고 하더라도 희망하는 가격에 빠르게 거래가 이뤄질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당분간은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 대형 VC들은 투자라운드 초기 단계에 힘을 싣는 추세다. 일부 대형 VC는 주니어 심사역이 초기 기업 발굴에 힘쓰도록 하고 경력이 쌓여 '무게감'이 있는 허리급 심사역들은 중·후기 투자 라운드에 접어든 스타트업을 관리하도록 하는 인력 배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투자금 회수 방안 중 하나로 미국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내 스팩 규모는 일반적으로 80억~150억원 사이로 그 크기가 작고, 해외 증시의 회복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분석이다. 향후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고려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