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인수금융도 대주단 구성 자신 못해…'역사적 암흑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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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수금융 시장에서도 자금 경색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던 시장금리가 다시 고개를 들며 역마진을 우려한 금융사들이 대출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각 금융사들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다. 당분간 인수금융 주선을 따내고도 물량을 받아줄 대주단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인수금융 시장에서의 주선 금액은 약 22조원이었다. 올해 들어 M&A 시장이 위축되고 있음에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많았다. 해를 넘겨 진행되던 거래와 자금 조기 회수를 위한 리파이낸싱 거래가 많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사들이 주선 실적을 쌓는 데도 유리했는데, 최근 상황을 살펴 보면 거래 주선을 썩 반기기 어려운 분위기다.
올해 들어 시장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며 대형 금융사들조차 대주단 참여를 꺼리고 있다. 작년말과 올해 초 3~4%대 금리로 주선을 따낸 인수금융 건들이 재매각(셀다운)에 애를 먹었다. 앵커PE는 작년 하반기 3%대 후반 금리로 카카오뱅크 자본재조정(리캡)을 단행했는데, 아직도 물량 대부분을 주선 증권사가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진행된 거래들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 대출 금리가 많이 높아졌다. 선순위는 6% 이상, 후순위는 8% 이상 거래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잡코리아 리캡(선순위 6%대 초반), GS컨소시엄의 휴젤 인수(6%대 중반), 칼라일그룹의 카카오모빌리티 리캡(6%대 중반) 등이다.
그러나 이들 거래들도 대주단을 꾸리기 어렵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란 평가다. 덩치를 떠나 금융사 대부분 투자를 집행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직장을 옮긴 후 '친정집'에 대주단 참여를 요청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들도 있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은 물론 기업대출에서도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자체 투자 살림을 키우려니 외부에 시선을 돌리기 어렵다. 일부 금융지주는 그룹 차원에서 '투자 금지령'을 내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내내 재매각(셀다운)이 화두다. 그나마 저리, 장기 투자가 가능한 보험사들은 건전성 관리 때문에 곳간을 닫았다. 이외 제2 금융권은 조달 자체가 막혀 있었다.
하반기 들어 잠시 안정세를 보였던 시장 금리는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연말엔 3%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금융사 입장에선 당장 대출 금리를 얼마간 높여 받는다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역마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사정이 이러니 최근엔 미래 상승분까지 감안해 기본 7%는 제시해야 거래를 주선할 수 있는 것 아니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아예 거래를 중단하거나 빚을 내지 않겠다는 곳들도 나타나고 있다. KKR은 최근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산업가스 설비 인수를 포기했는데, 한국 내 금융비용 증가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여의도 금융사들의 자금이 마르면서 신규 거래는 물론 리파이낸싱도 대주단에 참여할 곳을 찾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며 “역대 가장 대주단 구성이 어려운 암흑기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도 사모펀드(PEF) 등 차주의 욕심은 작지 않다. 포트폴리오 기업 M&A는 쉽지 않고 미래 불확실성은 크니 리캡을 활용해 최대한의 이익을 챙겨두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는 금융 주선사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베어링PEA는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매각 대신 리캡을 단행했다. 차입 규모가 최초 투자금 전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니 재매각에 애를 먹을 먹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셀다운에 성공했더라도 과도한 차입 규모와 금리 상승, 주가 하락 여파로 대주단이 반발하는 거래들이 적지 않다.
해외 인수금융 시장도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글로벌 PEF들도 투자 보폭을 좁히는 상황이라 일감 자체가 줄었다. 사모대출펀드(PDF)로부터 인수금융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한국보다 차입 금리가 높은 경우도 적지 않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글로벌 PEF의 주채권은행으로서 저리의 크레딧라인을 열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크레딧라인을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은 길지 않고, 다시 금융을 조달할 때 금리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