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작인 캐롯손보 3000억 유상증자…2025년 상장 목표
다만 한화손보 보유 지분 줄고…당기순이익 적자 지속
-
한화그룹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지주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가운데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김 부회장이 그룹 전체 장악력을 가져가는 가운데 금융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김동원 부사장은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김 부사장이 야심 차게 시작한 디지털 손보사의 경우 적자가 지속하고, 지분율도 낮아지고 있어서 고민이 깊다.
캐롯손해보험은 연내 2번에 걸쳐 3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한다. 신규 주주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펄마캐피탈이 참여한다. 기존 주주인 한화손해보험,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도 참여한다.
캐롯손보가 증자에 나서는 이유는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캐롯손보는 출범 이후 적자를 이어가면서 자본잠식 상황에 놓여있다. 2020년 381억원 순손실을 냈으며, 지난해에는 6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증자가 이뤄지면 자본잠식 우려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캐롯손보는 2025년 상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올해 계획된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2025년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캐롯손보 증자가 마무리되면 지분율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유증 이전에는 한화손해보험이 60.4%, SK텔레콤이 10.68%, 티맵모빌리티가 5.34% 보유하고 있다. 1750억원 규모의 1차 증자가 마무리되면 한화손해보험 50.6%, SK텔레콤 7.8%로 지분율이 줄어들고 어펄마캐피탈 지분율은 9.2%로 증가하게 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캐롯손보에 대한 한화손보의 지배력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계속된 증자에도 참여하면서 지분율을 높여온 한화손보는 제3자 투자자 유치로 지분율이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캐롯손보는 김동원 부사장이 설립을 주도할 만큼 애정을 가진 회사다. 국내 최초로 탄 만큼 보험료를 지불하는 ‘퍼마일자동차보험’으로 디지털 혁신을 꾀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해왔다.
김 부사장은 한화 경영기획실 디지털팀 팀장,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를 맡는 등 신사업과 디지털 혁신에 관심을 가져왔다. 캐롯손보는 국내 최초 디지털 손보사로 김 부사장의 이런 디지털 사업의 성과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런 회사다 보니 한화손보의 지배력이 약해진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한화손보보다 캐롯손보에 애착이 강하다란 말이 나올 정도로 공을 들인 사업이다”라며 “그런 사업에서 지배력이 낮아지다 보니 손보 사업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계속된 적자에 정영호 캐롯손보 사장 거취에 대해서도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했다. 글로벌 정보통신 컨설팅사인 액센추어 금융사업부 이사를 거쳐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에 합류한 인물이다.
이후 한화손해보험 전략혁신담당, 한화 재경본부 커뮤니케이션실장, 한화손보 디지털사업추진단장, 캐롯손보 설립추진단장을 거쳐 2019년 초대 대표로 취임했다. 캐롯손보의 설립에 가장 주요한 공을 세운 셈이다.
하지만 계속된 적자와 자본잠식 우려에 정 대표의 거취에 대한 말들이 항간에 많이 나오고 있다. 한화손보의 지배력이 약해지면서 입지도 이전과 같지 않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정 대표의 거취에 대해서 꾸준히 말이 나오고 있다”라며 “한화손보에서 해당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이란 점에서 정 대표의 거취 변화가 한화손보의 디지털 손보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