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후, 금융사 검사 권한 적극 행사
각 금융사, '기관 제재 처분 날라' 준비 철저…로펌 의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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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사들이 로펌과의 접점을 다시 늘리고 있다. 검사 출신 이복현 원장이 취임한 이후 '종이호랑이'로 불렸던 금융감독원의 위상이 달라지면서다. 무뎌졌다고 평가받던 금감원의 칼날이 예리해지면서, 법적 방어 논리가 훨씬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지난 몇 년 동안 금융사들과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어갔다. 걸핏하면 CEO 징계를 들고나오면서 금융사들은 "관치의 폐해를 끊어내자"며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회장의 연임 이슈에서도 금감원은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관철되지 못하면서 '종이호랑이'란 오명도 안게 됐다.
여기에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전문성 부족이 거론됐다. 순환보직이 일상화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금융사들이 더 해박한 지식으로 금감원을 압박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더불어서 사모펀드 사태 등 일련의 이란의 큰 금융 사건에서도 금감원의 전현직 직원들이 연루되면서 제재의 '명분'을 잃기도 했다.
이런 금감원이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달라지는 모습이다. 인력을 확충하고, 수사기관들과의 공조를 강화하며, 금감원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금융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 원장의 금감원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검찰 '특수부'를 연상케 하는 일련의 모습이다. 외화 송금 사례의 경우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중간브리핑에 나섰다. 검사 중인 건에 대해서 금감원이 중간 발표를 하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에서나 종종 보이던 모습을 금감원에서 발견하면서 달라진 금감원을 체감한다는 말이 나왔다.
무엇보다 주목받은 것은 다른 수사기관과 달리 금감원은 수시로 금융기관을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영장 발급을 필요로 하는 다른 수사기관보다 발 빠르게 검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금감원의 권한이 이 원장이 취임하면서 도드라진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 수사의 앞단에 서면서 권한이 재조명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다시 눈여겨볼 대목은 사모펀드 사태 재검사 등에서 드러난 금감원의 검사 권한이다. 검찰, 국세청은 한번 조사가 이뤄진 건에 대해선 '일사부재리'의 원칙하에서 재조사가 사실상 힘들다. 하지만 금감원의 금융기관 검사의 경우 이미 검사가 이뤄진 건에 대해서도 재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금융사들 사이에선 이미 이뤄진 검사 건에서도 강도 높은 재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국세청의 경우도 세무조사 기간과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된다"라며 "금감원의 경우 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금융사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금감원이 가진 강력한 권한은 '면허취소(등록 취소)'다. 금융업은 인가받은 회사만이 사업을 할 수 있는 산업이다. 대표적인 정부 통제하에 이뤄지는 산업인데 여기서 '면허취소'란 즉 회사 폐업에 준하는 통보이다. CEO 제재로 몸살을 앓던 금융사들은 이제는 이보다 강력한 '면허취소'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는 로펌에 대한 의존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로펌에 대응책을 물어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검사를 받는 곳은 로펌을 고용하는 것이 관례가 되고 있으며, 이런 로펌의 금융 관련 의뢰 증가로 로펌의 주요 자문 업무의 하나가 금융사 제재 업무가 되었다. 이를 반영한 듯 금감원 출신들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다른 로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 등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로펌의 금융 관련 업무가 크게 커졌다"라며 "해당 비즈니스를 통해서 규모를 키운 로펌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