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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이후 국내 사업장을 돌며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보름에 걸쳐 네 차례 사업장을 순회하며 임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직원의 요청에 ‘셀카’를 찍고 임직원들의 관심사, 고민에 대해 진솔한 답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을 기대하는 이들은 또 있다. 바로 삼성 스포츠 구단의 팬들이다. 한 때 각 분야에서 1등을 독식하던 삼성 스포츠 구단들은 지금 ‘삼성’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바닥권으로 떨어졌다. 특히나 올해는 삼성 스포츠의 최악의 한 해가 되고 있다.
삼성 일가의 야구 사랑은 유명하다. 스포츠광으로 유명한 고(故) 이건희 회장은 물론 이재용 부회장도 야구장을 직접 찾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성적은 영 시원찮다.
2012년, 2013년, 2014년 정규 시즌 1위, 2015년 2위를 차지했던 대구 삼성라이온즈는 2016년부터 말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2021년 반짝 3위를 한 것을 제외하면 언제나 하위권이었다. 올해는 특히나 창단 40년 이래 최대의 치욕인 13연패를 기록하며 9위에 랭크돼 있다.
K리그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강호였던 때는 말 그대로 한 때가 됐고 전북 현대, 울산 현대 등 현대가(家)가 주도를 하고 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이제 ‘이승우’를 앞세운 연고지 경쟁팀 수원FC에 밀리는 수준이 됐다. 현재 9위에 랭크돼 있고 강등권과의 격차도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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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있는 남자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는 지난 시즌 압도적인 꼴찌로 마감했고 남자배구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역시 1위를 석권하던 호시절을 보내고 지난 시즌에 7개팀 중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여자농구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중위권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다.
이렇게 하나같이 다 부진하다보니 여자농구단을 제외하곤 모든 팀의 감독들이 시즌 도중 또는 시즌 종료 후 자진 사퇴하거나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삼성 스포츠단의 몰락은 2014년이 기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축구단, 농구단이 제일기획 산하로 들어갔다. 2015년엔 배구단, 2016년엔 야구단이 차례로 제일기획에 편입됐다. 목적은 삼성 산하 스포츠팀들을 그룹 스포츠 마케팅을 전담해온 제일기획 아래로 모으면서 효율적인 관리를 기대한 듯하다. 삼성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바뀐 시점에서 삼성은 프로스포츠도 1등을 독식하냐는 비난이 생긴 시점이기도 하다. 이유야 어찌됐든 성적만 놓고 보면 제일기획의 삼성스포츠단 인수 전략은 득보다 실이 많은게 사실이다.
프로스포츠는 갈수록 ‘쩐(錢)의 전쟁’이 되고 있다. 해외 축구만 보더라도 몸값이 우리돈으로 1000억원이 넘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좋은 선수를 영입해서 성과를 내야 그게 각종 수입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구단들의 선수 영입 경쟁이 뜨겁다.
삼성 스포츠단에는 이제 이승엽, 고종수, 서장훈, 김세진, 신진식 등 과거처럼 ‘스타’ 선수의 이름을 보기가 쉽지 않다. 몸값 비싼 선수를 데려올만한 재정 상황이 안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자금 지원 여력이 충분했던 계열사 품을 떠나 연간 영업이익 800억원대, 현금성자산이 2000억원에 못미치는 제일기획에 편입됐다고 했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구단 하나만 운영해도 팍팍한 상황에 제일기획 혼자 5개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얘기다.
이 부회장의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프로야구단에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그리고 인수 효과는 바로 드러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작년에 1352억원에 SK와이번스를 인수, SSG랜더스를 창단했다. 메이저리그 출신 추신수를 영입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더니 창단 2년차인 현재 정규 시즌 1위를 달리고 있고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야구와 유통을 접목시킨 결과물도 나오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SSG랜더스필드에 스타벅스, 노브랜드 버거, 이마트24 등 계열 브랜드 매장들을 한 데 모아 매출 증대 및 홍보 효과도 만만치 않다. SSG랜더스를 보고 있으면 제일기획의 마케팅과 삼성 라이온즈의 성적표가 더 초라해보인다.
삼성 스포츠단을 더이상 방치하는 건 그룹에도 긍정적이진 않다. "이젠 이 정도만 해도 되는 팀"이라는 구단의 이미지는 "이제 삼성이 해도 안된다"라는 기업 이미지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삼성 스포츠단의 몰락의 기간 동안 공교롭게도 삼성의 '1등 DNA'라는 말 역시 화석이 돼버린 듯 하다. 대대적인 투자를 하든, 선택과 집중을 하든, 아니면 정리를 하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복권과 함께 '뉴삼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스포츠단 왕국을 다시 일으켜 세울 준비가 됐을까.
입력 2022.09.05 07:00
Invest Column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9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