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금융채 금리는 역대 최대…높아진 자금조달비용 부담
정기예금 늘고 요구불예금 줄어 NIM 하락 전환 빨라질 듯
-
금리상승기에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확대를 기대했던 은행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자금조달비용은 높아지고 있는데, 대출금리 인하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수신금리는 높이고 있지만,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공시 제도가 시작되면서 대출금리에는 인상분을 반영하긴 어려워졌다.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대출금리 인상 유인은 커지고 있지만 ‘이자장사 비판’을 우려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NIM이 하락 전환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도입되면서 시중은행들은 금리 경쟁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5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3%p씩, 전세대출 금리는 최대 0.2%p씩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개인 신용대출과 생활자금 용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5%p 내린지 열흘 만에 추가 인하에 나선 것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카카오뱅크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일부 대출상품의 금리를 0.2~0.5%p씩 내렸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압박이 큰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복현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게다가 지난달 22일부터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을 통해 매달 공개되는 은행별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도 부담이다.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는데, 예금금리 인상은 더디게 이뤄지는 등 과도한 ‘이자장사’ 비판을 의식한 은행들이 본격적인 금리 경쟁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오르자마자 줄지어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다.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달 25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 정기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를 각기 최대 0.30~0.50%포인트(P)씩 인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초만 해도 연 0~1%대였던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3%대까지 올랐다. 3월부터는 대출금리 상승분보다 수신금리 상승분이 더 높아 예대금리차는 5개월째 축소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연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연 2.75~3.00%까지 더 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말까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4%대에 다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총수신에서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수신 비중이 크게 줄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729조8206억원으로 전월(7월)보다 17조3714억원 늘어났다. 정기적금 잔액은 38조7228억원으로 전월 대비 6060억원 증가했다.
이에 반해 8월 요구불예금 잔액은 659조6808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6793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자가 언제든지 자금을 넣고 뺄 수 있어 금리가 연 0.1% 수준에 불과하다. 수신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을 빼고 높은 금리인 적금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가 더 올라갈 것이고 예대금리차 공시는 수신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파킹통장에 넣어뒀던 고객들이 예·적금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은행에선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는 2.9%로 전달(2.38%)보다 0.52%p 올랐다. 2013년 2월(2.93%) 이후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상승 폭도 2010년 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크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한다. 지난 1일 금융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도 4.397%로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달비용 상승분을 대출금리로 반영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나 대출금리를 올려야 하는 여건은 마련됐는데 예대금리차 공시로 인해 상승분을 대출금리에 반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신금리와 금융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대출금리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결국 은행권의 수익성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담당의 증권사 연구원은 “이대로라면 3~4분기 은행권 NIM 상승 폭은 4~5BP 수준으로 상반기보다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예상보다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에는 NIM이 하락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