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적 시너지는 ‘명확…구현모 KT 대표 연임에 현대차 '백기사' 역할 가능
1% 우호지분도 아쉬운 현대모비스, KT 대주주 올라서며 우군 확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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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차그룹이 KT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자사주 교환 방식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KT의 지분을, KT는 양 사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게 된다. 사업적 시너지 효과는 비교적 명확하고, 더불어 추후 발생 가능한 거버넌스 이슈에서 상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8일 현대차는 KT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221만6983주를, 현대모비스는138만3893주를 KT에 매각하고 KT는 양사에 총 2034만5700주의 자사주를 매각했다. 거래규모는 각각 7500억원으로, 현대차는 KT의 지분 4.69%, 현대모비스는 3.1%를 보유한 대주주가 됐다. KT는 현대차의 지분 1.04%, 현대모비스의 지분 1.81%를 보유하게 된다. KT의 최대주주는 10.87%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으로, 이를 제외하면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가장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로 등극했다.
표면적인 거래의 목적은 양사의 사업적 시너지 강화이다.
현대차는 KT와 6G기반의 자율주행 기술, 위성통신 기반의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통신망 선행 공동 연구 등을 포함해 차세대 통신 인프라 및 ICT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을 추진하겠단 계획이다.
자율주행 차량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앞서 완성차 업체와 통신사 간의 합종연횡은 각 국가별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최대 통신업체 AT&T,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중국 최대 통신업체 차이나텔레콤, 아우디(AUDI)는 독일 최대 통신업체 도이치텔레콤과 손잡고 커넥티드카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현대차는 연내 자율주행 레벨3 기술이 탑재된 양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완전자율주행으로 평가받는 레벨4 자율주행차량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 그리고 추후 스마트시티 사업과 연동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통신사와의 협력은 완성차 업체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현대차가 지난 2020년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개인용비행체(PAV)의 상용화 등을 위해서도 통신위성과 연계한 관제 및 통신망 구축이 필요하다. 사상 최대 규모의 수주전으로 평가받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사업에서 이번 양사의 협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해봐야 한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차를 기반으로 한 완성차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서 통신사업자와의 연합은 필수적이다"며 "이번 지분스왑을 통해 양사가 얻을 수 있는 사업적 시너지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비교적 명확한 사업적 효과를 차지하고, 거버넌스 측면에서 두 그룹의 시너지(?) 효과도 지켜봐야 한다.
지분 스왑은 경영진이 우군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 중 하나다. 회사가 직접 보유한 주식인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 3자에 매각할 경우 의결권이 부활한다.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하거나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 지분을 확보한 사례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KCC에 자사주를 매각하며 확실한 ‘백기사’를 확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을 시도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의결권 향방이 주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올해 주총에서 박종욱 사장이 사내이사 선임을 추진했으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등에 부딪혀 실패한 전례가 있다. 구현모 현 KT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그리고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할 경우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의 연임 반대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
사실 지배구조개편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현대차그룹도 '백기사' 마련이 시급하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고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최상위 지배회사인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는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의선 회장이 오롯이 전권을 쥐기 위해선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승계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 지분정리,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개편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한 차례 지배구조개편에 실패했던만큼 다시 추진되는 방안에선 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해야한다. 현재의 사업구조와 기업가치로만 따졌을 때 주주들의 불만이 가장 큰 계열사는 역시 현대모비스로 평가 받는다. 현대모비스는 지배구조개편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이다. 이번 지분 스왑을 통해 현대모비스는 KT를 새주주(1.8%)로 맞이했는데 동시에 7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함으로써 KT를 비롯한 주주들의 유효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봤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의 사례를 비쳐봤을 때 현대모비스가 획기적인 주주환원책을 제시하지 않고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할 경우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1%의 지분이 아쉬운 상황에서 KT를 주요주주로 맞이했고 추후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KT가 유의미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번 거래가 두 그룹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KT 자체적으론 배당에 대한 부담이 소폭 상승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KT의 지분 보유를 ‘단순 투자 목적’으로 명시했지만 사실상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주주로 등극했기 때문에 추후 두 기업이 동등한 사업 파트너로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